유람선 전산발권 미흡·출항 신고 의무도 없어탑승자 110명 전원구조…해경·승무원 세월호 반면교사로 신속 대응
  • ▲ 30일 오전 9시11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자 인근 다른 유람선과 어선이 현장에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 30일 오전 9시11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인근 해상에서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자 인근 다른 유람선과 어선이 현장에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사고 때 널 뛰듯 바뀌어 지탄을 받았던 승선 인원 파악이 30일 발생한 홍도 유람선 바캉스호 좌초 사고에서도 재현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여객선은 전산발권이 강화됐지만, 유람선은 발권이 대부분 수기로 이뤄지고 있다. 관광객이 많을 경우 세월호처럼 승선 인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유람선은 여객선이나 낚싯배와 달리 출항 보고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유사시 신속한 승선 인원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난 바캉스호는 세월호보다도 선령이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노후 선박 운행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세월호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승무원과 해경, 주변 선박이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승선 인원 파악 또 틀려…유람선 전산발권시스템 미흡


    30일 오전 9시11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에서 동쪽으로 약 110m 떨어진 해상에서 신안선적 유람선 바캉스호가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당시 승선인원은 관광객 104명과 승무원 5명 등 총 109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후 들어 사고 수습이 이뤄지면서 파악된 승선인원은 관광객 1명이 늘어난 총 110명으로 집계됐다. 경기지역 등 전국에서 몰려든 소규모 관광객이 다수 탄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사고 때 정확한 승선 인원을 파악하지 못해 인명피해 현황이 수시로 바뀌면서 정부의 사고수습 대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쌓였던 것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다.


    바캉스호의 승선 정원은 335명 규모다. 이날 실제 승선인원이 더 많았다면 탑승인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충분한 대목이다.


    더욱이 해당 지역은 유람선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해양경찰청 홍도출장소는 10년 전부터 승선 현장에 경찰관을 배치해 계수기로 승선인원을 직접 세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홍도출장소 관계자는 "아침에 유람선 선사에서 출항 통보를 받으면 근무자가 승선현장에 나가 계수기로 탑승인원이 정원을 초과하는지 센다"고 말했다.


    여객선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전산발권이 강화됐다. 다음 달부터는 카페리선박을 이용하는 화물에 대해서도 전산발권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유람선은 전산발권 시스템 구축이 선사 규모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대형 유람선은 전산발권 시스템을 갖췄지만, 백령도를 오가는 작은 유람선은 매표소에서 직원이 직접 표를 판매하는 실정"이라며 "유람선은 낚싯배 수준의 영세한 선사도 있기 때문에 전산발권 시스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부 지역 해경에서 승선인원을 파악하려면 수기로 작성하는 판매소 발매 현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만약 담당지역에서 바캉스호 같은 사고가 났다면 현장 판매소에 연락해 승선인원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소에서 표는 샀지만, 개인 사정 등으로 탑승하지 않은 경우 실제 승선인원과 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람선은 여객선이나 낚싯배와 달리 해경에 출항 보고를 의무화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출항 보고가 법적인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유람선이 탑승인원을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유람선은 출·입항 보고가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보통 인근 담당 파출소에 알려주기는 하지만, 낚싯배처럼 신고가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어겼다고 제재할 수도 없다"고 부연했다.

  • ▲ 30일 오전 9시 14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동쪽 110m 해상에서 좌초된 유람선 바캉스호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목포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자 119 구조대원들이 환자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30일 오전 9시 14분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동쪽 110m 해상에서 좌초된 유람선 바캉스호에서 구조된 승객들이 목포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자 119 구조대원들이 환자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사고 선박 선령 27년…세월호보다 7년 더 오래돼


    바캉스호는 1987년 7월 건조한 171톤급 유람선으로 일본에서 중고선으로 수입됐다. 선령 27년으로 지난 4월 침몰한 세월호(선령 21년)보다 더 낡았다.


    면허기간은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0년간이다. 면허기간이 만료되는 2023년에는 선령 37년인 채로 운항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홍도지역 청년회원 등 주민 70여명은 바캉스호 운항 허가 당시 목포해경에 유람선 허가를 불허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라 사업면허를 관리하는 해경은 유람선 사용을 허가했고, 바캉스호는 5월부터 운항에 들어갔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최근 세월호 사고 대책의 하나로 여객선 선령을 최대 30년에서 20년으로 제한하고 매년 엄격한 검사를 거쳐 최대 5년까지만 연장 운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안을 발표한 바 있다.


    ◇승무원, 해경, 주변 선박들 "세월호 사고 때와 달랐다"


    이번 바캉스호 사고에서는 세월호 때와 달리 해경과 인근 어선들이 신속하게 대응해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해수부 종합상황실과 목포해경은 이날 오전 9시14분께 승무원으로부터 유람선이 좌초했다는 사고 발생 신고가 접수됐고 9시30분께 인근 어선과 뒤따르던 유람선 등 홍도 자율 구조선에서 승객 전원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목포해경은 사고 신고가 접수되자 경비함정이 사고현장에 도착할 시간을 고려해 홍도출장소에 주변의 어선을 총동원해 승객을 구조할 것과 승객 전원 구명조끼 착용, 침수 대비 격문 폐쇄, 해양오염 대비 기름밸브 봉쇄 등을 조처했다고 밝혔다.


    어선 10여척과 사고해역을 지나던 유람선이 바캉스호 승객 구조에 나섰고, 110명 전원을 무사히 구조했다. 바캉스호를 뒤따르던 유람선 썬플라워호는 80여명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초 신고를 받은 전남지방경찰청 상황실은 해상사고 매뉴얼에 따라 목포해경 상황실과 3자 통화를 하는 등 긴밀히 연락했다.


    승무원은 사고 직후 승객을 3층으로 올려보내고 구명조끼 착용과 대피를 안내했다.


    승객들은 당황해 하면서도 서로 도와가며 구명조끼를 입었다.


    그 결과 탑승객 전원은 오전 9시42분까지 무사히 구조됐다. 첫 신고 이후 28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