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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에이펙(APEC) 교통카드' 실현을 위한 첫 단추가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교통실무회의에서 꿰어질 전망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박 대통령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교통카드 제안에 대한 후속 조처의 하나로 내년 4월께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상반기 APEC 교통실무회의에 '교통카드 전문가' 부문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APEC 교통카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APEC 회원국의 민간 사업자들이 협의해야 할 사항이 더 많다"며 "APEC 교통카드는 당장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닌 만큼 이번 실무회의는 첫 단추를 끼우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 정식 발매한 우리나라 전국호환 교통카드의 경우만 해도 티머니, 캐시비 등 사업자 간 요금부과나 수수료 정산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만큼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교통실무회의 등을 통해 국내 교통카드 시스템의 표준화 모델 채택을 주도하면서 사업자 간 협의의 장을 지속해서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
APEC 교통카드는 지난 11일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22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제안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시내에서 60㎞ 떨어진 휴양지 옌치후(雁栖湖) 옌치 호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업무 오찬에서 APEC 21개 회원국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교통카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대중교통 시스템을 하나의 표준으로 통합해 전국의 버스와 지하철, 기차, 고속도로를 카드 하나로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카드 전국호환제도(One Card All Pass)'처럼 APEC 회원국 어디에서든 하나의 카드로 대중교통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제안은 정상선언문 부속서인 'APEC 연계성 청사진'의 이행보고서에 반영됐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은 APEC 무역·투자 자유화와 회원국 간 연계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나왔다"며 "이미 전국호환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우리나라 교통카드 업계의 외국 진출 가속화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통카드 업체는 외국 교통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티머니 발행사인 한국스마트카드가 서울시와 함께 말레이시아 대중교통위원회(SPAD)의 통합정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과 총괄 관리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은 말레이시아 SPAD가 말레이시아 끌랑밸리(Klang Valley) 지역의 도시철도 통합정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으로 내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총 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외국 컨설팅 업체와의 협력 계약을 통해 서울시에 적용했던 대중교통 운영정책과 요금체계, 효율적인 시스템 관리 운영 기법 등을 말레이시아에 전수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6월부터 정식 판매에 들어간 전국호환 교통카드는 4개월 만에 이용 실적이 144% 증가하며 빠르게 보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21일 발매를 시작한 전국호환 교통카드의 사용 건수는 7월 764만4148건에서 10월 1868만478건으로 144.4% 증가했다.판매량은 7월 23만4878건에서 10월 41만9437건으로 78.6% 늘었다.
사용 만족도도 대체로 높게 조사됐다.
국토부가 국민체험단을 모집해 8월부터 2차례에 걸쳐 카드 서비스 품질 만족도를 설문 조사(67명 대상)한 결과 응답자의 90%쯤이 어느 지역에서든 한 장의 교통카드로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해했다.
다만 시행 초기 일부 카드를 중심으로 충전소가 부족하고 홍보 부족으로 판매처를 찾기 어려웠던 점 등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전국호환 교통카드 사용 범위를 고속·시외버스 전체로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우리의 선진 교통카드 기술을 이용해 아시아권 전역에서 호환이 이뤄질 수 있게 각국과의 협의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