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변경에 30년째 조기 퇴출 가능성… 코레일 노후열차 89대종전보다 10년쯤 단축·경영 부담 예상… 예외적용 기준 등 논의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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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 운행 수명이 내구연한에서 기대수명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초까지 내구연한을 넘겨 한시적으로 사용 연장을 승인받은 낡은 열차가 앞으로 4년 이내 현장에서 무더기로 퇴출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열차의 퇴출시한은 내구연한 30년째다. 지금까지는 자체 점검을 통해 최장 40년까지 추가 운행이 가능했기에 최대 10년쯤 열차 운행을 조기 마감하게 되는 셈이다.
철도사업자 처지에선 차량 조기 구매 등의 변수가 될 수 있어 경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아무런 대책도 논의되지 않는 실정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행정 예고한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 개정안에 사용한 지 20년 이상 지난 철도차량은 앞으로 성능평가를 통해 확인한 잔존수명 만큼만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철도사업자가 철도차량을 등록·인수 취득한 지 20년이 되면 해당 차량에 대해 최초 평가를 벌여 열차의 남은 수명을 구하도록 했다.
철도사업자는 평가에서 산정한 잔존수명을 넘어 철도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 잔존수명이 차량 기대수명보다 길어도 기대수명을 초과해 사용하면 안 된다. 가령 등록한 지 20년 된 철도차량의 최초 평가에서 잔존수명이 7년으로 나와도 해당 차량의 기대수명이 25년이면 더 쓸 수 있는 기간은 5년뿐이라는 얘기다.
기대수명이란 철도차량의 제작 또는 철도시설을 설치할 때 기대했던 성능을 유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낡은 열차차량의 기대수명은 기존 내구연한을 적용한다. 디젤기관차는 25년, 전기 동차 25년, 전기기관차 30년 등이다.
문제는 관련 법이 시행된 지난해 3월 이전에 내구연한을 넘겨 정밀안전진단을 받고 5년간 추가 운행을 승인받은 낡은 열차가 내구연한이 30년이 되면 2차 연장 없이 운행을 마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전에 연장사용 검사를 통과한 기존 노후 차량은 첫 연장은 인정해주되 다음번 정기검사에서는 추가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예외적용 기준 등이 마련된 게 없어 앞으로 (종전 규정과 새 규정의 적용관계를 다루는) 경과규정으로 처리해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디젤 기관차의 경우 지금까지는 내구연한(25년)이 지나면 5년 단위로 안전성·성능 등을 재평가해 추가 운행 여부를 결정해왔다. 3차례 연장을 통해 최대 40년까지 추가 운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 2차 연장 예외적용 등 별도의 규칙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미 내구연한을 넘긴 낡은 열차차량은 30년째 되는 해 운행을 마감해야 하는 처지다. 기존 최장 연장운행 기간과 비교하면 10년쯤 이르게 현역에서 은퇴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변재일(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코레일의 경우 운행 열차 중 내구연한이 지난 낡은 열차는 89대다. △디젤 기관차 22대 △디젤 동차 62대 △전동차 5대 등이다. 1987년 도입돼 37년째 운행하는 낡은 열차도 11대나 됐다.
변 의원이 지난달 16~20일 일주일간 이들 낡은 열차의 운행현황을 분석한 결과 △장항선 269회(73.3%) △중앙선 37회(10.1%) △경부선 33회(9.0%) 등을 운행했다.
이들 낡은 열차의 2차 연장 운행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조기 퇴출이 결정되면 열차 운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코레일 등 철도사업자의 중장기 열차 보급 계획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2차 이후 연장운행 여부는 외부 전문기관이 아니라 철도사업자가 자체 검사를 통해 판단해왔다. 이 때문에 낡은 열차의 조기 퇴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중장기 보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낡은 열차 조기 퇴출 가능성과 관련해 "아직 내구연한이 지난 열차들의 기대수명 적용 예외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기존 방식대로 내구연한 연장을 적용해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장기 열차 공급계획의 수정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도 "현재는 (다른 일정상) 코레일의 열차 공급계획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는 처지"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