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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대우증권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조5000억원 수준의 자금력 확보가 가장 큰 관건인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대우증권 인수 외에 인터넷은행 설립비용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함께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인터넷은행을 놓고 엇갈린 선택을 했다.
KB금융을 제외하고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기자본은 곧바로 7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업계 1위인 자기자본 4조원대의 NH투자증권을 압도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서로간의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인수자금 여력을 두고 업계 내에서는 양사간의 약점을 지적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인수전 초반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화두는 한국투자증권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이다.
경쟁자 가운데 준비기간이 가장 짧아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발을 담그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은 이 컨소시엄에서 5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최소 3000억원에서 5000억원 선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투자증권의 지분이 50% 이기 때문에 1500억원에서 2500억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대우증권 인수가격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자금이 동시에 들어간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이 필요한데 이 경우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지분축소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 부회장이 보유한 한국투자금융 지분은 22.6% 이다.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 외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추가 금액은 회사 입장에서 큰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며 "경쟁업체 가운데 가장 늦게 인수전 참가를 선언했지만 이는 장고끝에 내린 결론으로, (대우증권)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인수를 위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 기업으로서 인수전을 완주하고 대우증권을 품에 안는 것이 목표이며, 경쟁사의 힘을 빼기 위한 전략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대우증권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맨 손으로 회사를 만들고 키워낸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있는 인터넷은행 TF를 가장 먼저 만들었고, 추진 역시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포기한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개월 동안 당국과 보조를 맞추며 준비를 해왔던 회사가 갑작스럽게 포기를 선언한 것.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1조2000억원 마련을 목표로 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대우증권 인수에 뛰어들었다. 업계는 미래에셋증권의 인터넷은행 설립포기에 대한 이유를 납득하게 됐다.
물론 미래에셋증권의 실탄 동원능력은 현재로서는 확신하기 힘들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미래에셋캐피탈로부터 미래에셋생명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200억원을 썼다. 향후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차입과 자산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인수자금 추가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최종발행가액 2만1750원은 PER 약 5배, PBR 약 0.4배로 충분히 저평가된 가격이기 때문에 100% 청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대우증권 인수자금은 1조원 규모의 증자자금과 차입 등 유동성을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추가 매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경쟁관계를 바탕으로 대우증권 인수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KB금융이 1000억원 차이로 NH농협금융에 우리투자증권을 빼앗긴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인수전 역시 시장 평가가격이 이미 오픈돼 있는 상황에서 1000억원 안팎의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 후보 입장에서는 회사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하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 증권가에서는 대우증권의 예비입찰 가격으로 KB금융이 2조8000억원, 미래에셋이 2조5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조2000억원을 써냈다는 정보(찌라시)가 돌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금액차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후보군들의 대우증권 인수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