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대로 가다간 워크아웃은 사라지고 법정관리만 남을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을 앞두고 산업현장부터 금융계까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촉법의 유효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이다.

    기촉법은 한시법이어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법적 효력이 사라지게 된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기촉법 상시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내달 7일 마감되는 올해 마지막 정기 국회 통과 가능성은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결과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은 기업 회생 기회인 워크아웃은 건너 뛴 채 법정관리로 직행하게 된다.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이 중단될 경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채권단과 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법정관리로 넘겨지게 된다.



    ◆정부發 한계기업 걸러내기 '급물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 신용위험평가를 실시,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한다. 지난 11일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총 175개 중소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또 내달 초에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해 신용등급 하락 기업의 40%가 조선, 정유, 건설, 철강 등이어서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9일 "조선·해운·철강업을 중심으로 한계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기업 신용평가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신속히 단행할 것"이라 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의 조사 결과 올 상반기 포스코,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중공업, 삼성정밀화학, 포스코건설, 대우조선해양, 동국제강까지 철강, 정유, 조선 기업들의 신용하락이 줄을 이었다.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필연'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 중 한계기업의 증가세는 2009년 리먼사태 보다 높다. 한계기업은 금융권에서 차입한 이자 및 원금을 갚지 못하고 금융지원으로 명맥을 이어가는 기업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일 때를 의미하는데 이자보상배율이 1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것이다.


    ◆ '완충장치' 워크아웃 유지 vs. 한시법으로 끝내야 

    금융당국이 한계기업을 걸러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게 기회를 주는 워크아웃제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8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정우택 정무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기촉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상시 구조조정 체계를 구축, 금감원장을 이견조정자로 두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은 금융감독원장에게 채권행사 유예요청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채권자협의회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룰 수 없을 경우 금감원장이 주채권은행의 신청으로 이견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금감원장의 조정 권한을 명확히해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처럼 금융당국의 개입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일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도산법을 정비해 기업 구조조정을 전개하면 기촉법의 상시화가 필요없어진다고 주장한다. 다만 법정관리 법적 근거인 도산법 개정안 논의가 시작도 못한 데다가 당장 이번 회기 처리가 불가능 하면서 야당의 대안없는 반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김기식 간사는 지난 18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도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업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덜도 중소기업의 상거래 채권을 우선 변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김 의원은 또 "개정안에 워크아웃 제도의 장점을 담은 만큼 워크아웃 제도는 더 이상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은 당장 기촉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현재 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따른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법정관리로 보내질 공산이 크다. 채권단인 금융기관의 100% 동의를 받아야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신용위험평가를 받는 신용평가 B등급의 기업들의 불안감도 확산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한 정무위 관계자는 "야당이 갑자기 도산법을 발의하면서 반대를 들고 나왔는데 논의할 시간도, 통과시킬 여력도 없다"면서 "워크아웃으로 회생 가능한 기업들이 법정관리로 밀려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