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자영업대출 증가액, 최근 두달간 1700억 불과“위험한 대출 줄여라”… ‘밸류업’에 밀린 자영업 화두 떠오른 'RWA'관리… 신용등급 따른 고객차별 부작용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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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통상 자영업자를 의미하는 개인사업자 대출 감축에 나서고 있다.지난 두 달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7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쳐 상반기 월평균 증가액(6899억원)을 크게 밑돌았다.금융지주 차원에서 추진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CET1(보통주자본)비율관리를 위해 대기업 등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우량차주에 집중하며 자영업자 대출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71조503억원으로 전월 대비 191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앞서 9월에는 4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전월대비 178억원 줄어들기도 했다.올해 상반기 이들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월평균 증가액이 6899억원에 달했고, 지난 7월과 8월 증가폭이 각각 7003억원, 4338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출문을 급격히 걸어 잠근 셈이다.특히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하반기가 시작된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내리 4개월째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감축했다.은행들이 자영업대출을 급격히 옥죄고 있는 까닭은 금융지주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며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기준으로 CET1비율을 제시했기 때문이다.금융회사의 자본력을 보여주는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위험가중자산)로 나눈 값이다.즉 주주환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분자인 자본을 늘리거나 분모인 RWA를 줄여 CET1비율을 높여야 한다.문제는 각 대출의 유형에 따라 RWA 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통상 담보가 있거나 차주의 신용등급이 높은 경우 대출자산의 위험가중치는 낮아진다.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대다수인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낮고, 기업 중에서는 대기업대출이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낮다.은행권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자영업대출이 급격히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다.한 은행 관계자는 “자본비율 때문에 영업을 독려하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반대로 변했다”면서 “밸류업이 갑자기 생긴 돌발 변수는 아니지만 연중 대출자산 성장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연말 회계 결산을 앞두고 우량차주와 비우량차주에 대한 은행들의 차별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김재관 KB금융그룹 CFO(재무담당 부사장)은 최근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대출자산의 양적 성장보다 적정 마진 확보가 가능한 질적 성장을 통해 성장과 수익의 균형을 맞추는 지속가능한 이자이익 기반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기흥 신한은행 부행장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성장보다는 RWA 기반의 자본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