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불속행 기간 만료… 법리다툼 재대결'선경 300억' 盧 비자금 실체 드러날까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 SK그룹 한숨 돌려
  •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데일리DB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데일리DB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소송을 배당받은 대법원 1부(서경환 대법관)는 오후 6시 업무시간 마감까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기각 기한은 이날 밤 자정까지지만, 사실상 심리를 이어가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SK그룹은 보고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대법원이 본안 심리 없이 바로 기각하는 제도다. 사건 접수 4개월 이내에 당사자들에게 통보해야 하며 통보가 없을 경우 심리속행으로 받아들여진다.

    대법원이 최 회장의 이혼소송 판결을 다시 들여다 보기로 하면서 노 관장과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핵심 쟁점은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됐는지다. 노 관장 측은 2심에서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SK 전신) 300억'이란 메모를 제출해 비자금이 SK 성장 근거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특정할 수 없는 메모만으로 비자금 실체를 입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태우 정부 당시 보좌했던 인사들은 비자금이 선경그룹에 흘러들어간 게 아니라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약속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상속 받은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도 관건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으로 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고 "노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반면 SK 측은 최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이기 때문에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이다.

    당장 대법원이 심리를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SK그룹 측은 한숨 돌린 분위기다.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이 확정되면 SK그룹 지배구조가 뿌리채 흔들릴 수 있어서다.

    최 회장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 17.9%를 통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등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분할이 확정되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밖에 없어 외부 자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소송인 만큼 대법원이 대법관 13명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심리 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1부 단독 판결이 난다 해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전원합의체라면 내년 연말까지는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딸인 노 관장에게 대물림되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논란도 있다.

    항소심 판결대로라면 300억 비자금이 SK그룹에 유입돼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액으로 환산돼 노 관장 몫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의 불법자금이 기업에 유입되어 30여년 후에 1조원이상 불어 났다고 해서 그 돈이 국가에 환수 되지 않고 후손에 귀속되는게 정의에 맞는가"라며 "마치 이완용 후손의 재산 환수 소송을 보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