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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이 올해 노사관계 상생 원년(元年)으로 선포하고 노사 상생 합의서를 체결한지 약 한달 가량이 지났다.
일각에서는 노조에 큰 이점에 없는 것 아니냐는 외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매각무산과 모그룹의 자금난 등 안팎으로 일고 있는 살림에 대한 문제를 노조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고 노조원의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현대증권과 노동조합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현대증권은 윤경은 사장과 이동열 노조위원장이 2016년을 노사관계 상생 원년(元年)으로 선포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노사 상생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지난해 제기한 현대엘리베이터 관련 주주 대표 소송과 지난 10월 윤 사장을 상대로 한 업무상 배임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의 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로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노조로 부터 고소를 당해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던 윤 사장은 금융당국이 징계 수위도 낮아질 가능성도 높아져 윤 사장의 보폭이 넓어지게 된다.
반면 노조에 대한 사측의 조치는 '대화와 대안제시를 통해 사업장내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표면적인 입장만 알려진 상태로, 일각에서는 노조위원장 교체 이후 노조의 힘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증권 노조 조합원들은 원칙적으로 노사간의 '대타협'에 대해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대타협'에 대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위원장 등 집행부로 부터 듣지 못한 상황이다. 노조측은 여전히 사측에서 노조에 특별히 조건을 제시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위원장이 생각한게 있어서 구체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았다"며 "위원장으로서 고민한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노조원들도 서로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새해가 됐으니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전체적인선이나 그림을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모기업이 힘든 상황으로, 사측과 대립각을 지속할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증권은 지분 9.54%(약 2257만7400주)를 보유 중인 자베즈가 지난 8일 장마감 이후 현대증권 보유 지분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자베즈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 따라 손실을 입지 않았고, 현대그룹은 손실분을 자베즈에 돌려줘야 한다.
갑작스런 자베즈의 보유지분 전량매각으로 인해 현대증권 주가는 8일 7% 이상 급락했고, 지난 2014년 7월 2일 이후 18개월 만에 주당 5000원선으로 내려온 상태다.
모기업 현대상선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뛰며 자구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신용등급도 하락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조측이 윤경은 사장에 대한 견제를 바탕으로 회사의 경영에 지속적인 반기를 들 경우 직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돼 노사간 타협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임금)단체협상도 있고, 직원들의 복지나 복리후생에 대한 부분도 노조차원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도입도 강력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직원들과 사측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도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생각으로 3년전부터 추진해왔지만 그동안 실행하지 못했다"며 "노조 업무라는 것이 회사와 싸워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회사원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현재는 직원들에 대한 업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