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형증권사·현대엘리 우선매수청구권의 '조화'KB금융, 승자의 저주 이겨내고 시너지 창출 향후 과제로
  • '시기(타이밍)'와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이 현대증권의 가치를 급등시키며 대 반전으로 현대증권 매각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만 하더라도 현대증권 매각은 시장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모펀드 오릭스에 6500억원 수준으로 매각될 뻔 했다.


    지난해 1월 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경쟁자는 국내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로 증권업계는 현대증권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이나 매각 지분(대우증권 43%·현대증권 22%)이 현대증권에 비해 월등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덩치 키우기에 관심을 갖던 증권사들은 10월 대우증권 인수에 집중했다.


    반면 올해 초부터 진행된 2차 매각에서는 상황이 급변했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와 같은 큰손들이 그대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어 본입찰에 나섰고, 인수전 초기부터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우증권을 품에 안은 미래에셋증권까지도 현대증권의 추가인수 카드를 내보이자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의 마음은 더 급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인수전 초반만 하더라도 오릭스 매각 수준인 6500억원에서 7000억원 사이에 팔릴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결국 시가총액의 3배에 가까운 1조원 안팎까지 크게 치솟았다.


    매각주간사인 EY한영 등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금융은 1조원 초반대 금액을 제시했다. EY한영 관계자는 "향후 확인 실사 등을 거쳐 가격 조정이 일부 진행되더라도 1조원 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같은 이유에 대해 대우증권이 새 주인을 만난 이후 현대증권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대형 매물이라는 점에서 매력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기자본 확충에 따른 대형화가 증권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현대증권을 놓치면 기회가 없다는 '조바심'이 현대증권의 몸값을 뛰게 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끝까지 쥐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도 몸값 높이기에 일조했다.


    인수전 초반만 하더라도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은 매각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현대증권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의혹도 받았다. 반면 현대그룹은 헐값 매각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우선매수청구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우선매수청구권은 입찰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인수후보군들을 압박하는 카드가 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기준가로 최소 7000억원 이상을 써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고, 인수가 절실한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의 통큰 베팅을 이끌어냈다.


    인수전에서 승리한 KB금융은 물론 한국금융지주도 1조원을 넘게 썼지만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는 후문이다.


    다만 현대증권의 인수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약 1조원의 인수가격은 작년 말 현대증권 순자산 가치 대비 약 1.33배 수준"이라며 "현대증권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고려했을 때 다소 비싼 인수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대증권의 작년 말 장부가치는 7450억원으로 인수가가 1조500억원일 경우 장부가 대비 1.41배로 계산돼 상당히 고가에 사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초기 인수 지분율이 22.56%에 불과해 향후 잔여 지분 인수 과정을 통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점에서 아직 고가 논란을 제기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투자은행(IB)과 리테일이 강한 현대증권과 기업금융이 강한 KB투자증권이 합병 후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것이 KB금융의 향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