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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우편요금을 조금이나마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다.
이메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우편사업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정사업본부의 '2005~2015년 국내 통상 우편요금(규격우편물) 원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통상우편물 총수입은 1조566억원으로 전년(1조1598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줄었다. 이는 지난 2008년 1조753억원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이에 우본은 최근 엽서(5g)우편을 270원에서 290원으로, 편지(5g~25g) 우편을 270원에서 290원으로 20원씩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한 '우편 요금인상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우본이 요금인상을 외치는 등 수익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우본 성장에 일조해 온 집배원들의 처우개선엔 뒷전인 모습은 왠지 씁쓸하다.
전국집배원노조와 이재정 의원이 최근 내놓은 '집배원 노동자 초장시간노동 실태와 무료 노동시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당 집배원 평균 노동시간은 55.9시간, 월평균 노동시간은 240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2888시간에 달한다.
이는 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와 비교해 볼 때 집배원은 일반 노동자 평균보다 주 12시간, 월 53시간, 연 621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이번 분석결과는 우본이 공식 제공하는 '초과근무세부내역(2014년 1월~2016년 4월)'을 183명 집배원에게 받아 실제 노동시간과 우본이 밝힌 노동시간 차이를 분석한 자료다. 조사에 참가한 집배원은 서울, 경인 등 9개 지방청 41개 우체국에 속해 있다.
열약한 환경 속 지난 2011년 폭우에 우편물을 배달하다 순직한 집배원으로 인해 '폭우, 폭설 때는 배달 업무를 자제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달 초 청송 지역의 한 집배원이 폭우 속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다 또 교통사고로 순직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집배원들은 우편물이 적든 많든 정해진 날짜에 배달을 해줘야 하는데, 인구수와 우편 물량이 줄어도 세대 수와 사업체 수가 증가해 업무부담은 더 커졌다.
도시의 확장 역시 집배원들의 배달거리가 길어지는 원인을 제공했고, 자연스레 장시간 근무로 이어지고 있다.
한 집배원은 "폭우, 폭설 때는 배달을 자제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송달기준 압박으로 인해 폭우 속 우편물을 전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며 "인구수와 우편 물량이 줄어도 세대 수와 사업체 수가 증가해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충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어 그는 "우본이 수익 창출에만 눈이 멀어 정작 우본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한 집배원들의 처우 개선엔 뒷전인 모습"이라며 "우편물이 줄어 집배원의 일감이 적을 것이란 단편일률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시절 기억 속 편지는 항상 기다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IT시대의 물결은 마음과 정성을 담아 내던 손 편지를 사라지게 했고, 이 자리에는 카드명세서와, 공과금 청구서 등 달갑지 않은 내용들을 담은 우편물들로 채워졌다.
집배원이라는 직업 역시 사람들로부터 시나브로 잊혀지는 소외된 직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ICT의 발달로 아날로그의 상징이 돼버린 우본의 사업 다각화와 민간 위탁 확대 등 다양한 자구책 마련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본 성장에 일조해 온 집배원들을 단순히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뒷전으로 여기는 정책이 왠지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보여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