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유예는 불발…해수부 "지급 유예는 고려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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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다음 달 초 정부의 선박 신조 펀드 지원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10% 자부담이 있지만, 돌려 말하면 보통 선박을 발주할 때의 10분의 1만 부담하면 배를 부릴 수 있는 만큼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은 내심 정부가 용선료 지급을 일정 기간 유예해주길 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는 용선료가 보통의 경우보다 낮게 책정되는 만큼 추가적인 지원은 없을 거라는 태도다.
◇새 CEO 선임되는 9월 초 유력… 해수부 "조금 일찍 시작하자" 주문
2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부채비율이 400% 미만으로 낮아지는 시점에 맞춰 정부의 선박 펀드를 신청할 계획이다. 선박 펀드를 지원받으려면 기업의 부채비율이 400% 이하여야 한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5309%로 높아 그동안 지원대상이 아니었다.
신청 시점은 이르면 다음 달 초순이 유력하다. 부채비율이 400% 미만이 되는 시점은 신주가 발생되는 오는 5일이다. 신주를 발행하면 현대상선은 40년 만에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되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다. 선박 건조를 발주할 수 있는 요건은 갖추는 셈이다. 다만, 지난달 15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확정한 대주주 감자가 오는 19일 효력이 발생하는 데다 최종 변경되는 재상장일이 다음 달 1일이어서 펀드 신청은 다음 달은 돼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산은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의 새 사령탑을 다음 달 초 선임할 계획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20일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2016년 상반기 경영설명회에서 "9월 초까지 해운업에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현대상선의 새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 발주에 현대상선도 참여하는 데다 보통 큰 배를 발주할 때 1000억원 이상의 큰돈이 들어가는 만큼 의사결정을 CEO 없이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아직 부채비율이 펀드 지원 기준을 충족한 게 아니고 산은과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온 게 없다"며 "하지만 신청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고 준비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무선에서의 물밑 신청은 다소 일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수요가 확인되면 펀드 지원 사업을 조금 일찍 시작하자는 의견을 현대상선에 전달했다. 해수부도 처음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니 준비가 필요해서다.
신조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 일단 해수부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선사별로 배정된 지원 척수나 지원규모는 없다고 밝혔다. 가령 현대상선이 5척을 신청하면 자부담(10%)이 7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박을 발주할 때 1000억원 이상 드는 것을 고려하면 큰 비용 부담은 아니라는 게 현대상선의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수요를 보아가며 펀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대상 선종도 컨테이너선을 시작으로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상선의 신청 규모가 한두 척 수준에 그치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대상선 "용선료 지급 유예해주길"… 해수부 "추가 지원은 어려워"
현대상선이 선박 펀드를 이용해 1만3000~1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 건조를 발주하면 펀드가 선박의 소유권을 갖고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주는 나용선(선박임대차·BBC) 방식이 된다. 현대상선으로선 자부담 외 매달 일정 금액의 용선료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용선료는 보름 단위로 선지급한다.
현대상선은 내심 펀드 조성의 목적이 어려움에 부닥친 해운업계를 지원하는 것이므로 국책은행과 정부가 일정 기간 용선료 지급을 유예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박 펀드 조성의 취지를 고려할 때 용선료 지급 방식이 기존과 다를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용선료 지급 유예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특수목적법인을 만들면 현대상선도 참여하게 된다"며 "일선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보다는 낮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용선료가) 결정될 것이므로 추가적인 지급 유예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