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시기상조, 2019년 이후 중장기적 접근"중간 정차역 민원-선로용량 한계 백지화 가능성도
  • ▲ KTX산천.ⓒ연합뉴스
    ▲ KTX산천.ⓒ연합뉴스

    직통(무정차) 고속열차(KTX·SRT) 도입이 일러야 2019년 이후에나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도입 지연과 관련해 앞선 정부 정책 지우기, 대기업 눈치 보기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백지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로선 사전 조사도 없이 탁상행정으로 설익은 정책을 발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7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 초 업무계획에서 철도 고속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6월께 서울~부산 구간에 직통 고속열차를 도입한 뒤 서울~광주 구간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었다.

    선로배분심의위원회는 지난 3월 하반기 선로배분기본계획을 확정하고 8월부터 직통 고속열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통 고속열차를 운행하면 서울·수서~부산은 2시간 이내, 용산·수서~광주송정은 1시간25분에 갈 수 있다.

    국토부는 앞선 열차와의 간섭 등 열차운행 여건을 종합해서 고려했을 때 그날 첫 열차와 선로정비 후 출발하는 오후 첫 열차 등 상하행선 각각 4회씩 직통 고속열차를 투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부선의 경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이 각각 직통 고속열차를 투입하면 하루 상하행선 총 8회 무정차 열차가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직통 고속열차는 일러야 후년 이후에나 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리적인 운행여건은 갖췄지만, 무정차에 따른 중간 정차역 이용 승객의 불편·불만이 도입에 따른 편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KTX는 울산역, SRT는 지제역 이용객의 민원이 가장 많은 실정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수서고속철(SRT) 개통에 따른 운행 편수 조정으로 기존 서울역 KTX 이용 승객의 불만이 적잖은 가운데 직통 고속열차 도입이 이용객 편의를 더 떨어뜨릴 거라는 의견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호남선 운행 횟수가 적은 SRT 이용객 처지에서도 달갑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우선 직통 고속열차 예측수요와 중간 정차역 이용 승객이 제기하는 민원을 내년 선로사용계획에 반영해 이용자 불편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직통 고속열차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열차운행계획을 조금씩 보완해 도입 여론이 성숙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도 중간 정차역이 있는 지역의 민원이 많은 상태여서 직통 고속열차용으로 열차 편을 따로 빼기가 어렵다"며 "SRT 개통으로 (하루) 열차운행이 160여회 늘어 정책 도입이 가능할 거로 봤으나 현재로선 시기상조"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내년 열차운행계획부터 조정해 민원을 줄여나가더라도 시행착오 등을 고려할 때 일러야 2019년 이후에나 선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설령 내년 이후 코레일·SR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평택~오송 등 포화 상태인 선로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 민원 제기가 잦아들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평택~오송 구간 선로 용량은 편도 기준 하루 190회다. 올해 기본 열차운행 횟수는 총 176회로, 안전 여건 등을 고려하면 이미 포화상태나 진배없다.

    두 열차운영사가 통합해도 좌석 공급량은 늘어날지언정 한정된 선로 용량 탓에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기는 어렵다. 열차 운행 횟수나 간격에는 별 차이가 없어 정차역 이용자 불만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직통 고속열차 도입 백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직통 고속열차 도입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예견됐던 일이다. 국토부는 기본적인 수요조사도 없이 정책 먼저 발표하는 등 도입을 주먹구구로 진행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내년 선로배분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직통 고속열차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으나 수요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코레일은 이미 2010년 12월1일부터 2015년 4월1일까지 경부선 직통 KTX를 선보였다. 2014년 실적을 보면 서울~부산 직통의 평균 승차 인원은 440명으로 승차율이 47.2%를 보였다. 부산~서울은 평균 367명으로 더 열악했다.

    승차율은 39.3%였다. 같은 해 KTX 평균 승차율은 64%였다. 상당수 좌석이 텅 빈 채 운행된 셈이다.

    고속열차는 앞뒤 열차 간격을 수 킬로미터 둬야 하므로 열차 운행 횟수가 줄면 동대구, 대전 등 중간 정차역 이용 승객의 선택 폭이 좁아져 불편이 커질 거라는 분석도 제기됐었다.

    국토부는 정밀 수요조사를 위해 연구용역을 수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용역업체 선정 지연 등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샀다.

    당분간 직통 고속열차 도입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일각에선 배경과 관련해 여러 설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새 정부 들어 박근혜 정부의 철도정책 폐기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국토부가 대기업 눈치를 본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SRT 이용 민원이 많은 지제역의 경우 주변으로 미군 부대가 들어오고 삼성이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면서 열차를 이용하는 유동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직통 고속열차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