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장, 현장중심 경영 박차… 기업·가계여신 균형, 리테일금융 강화김 회장, '어민·수익 우선'… 관료 낙하산 행장 뚝심으로 막아
  • ▲ 수협.ⓒ뉴데일리DB
    ▲ 수협.ⓒ뉴데일리DB
    공적자금을 긴급 수혈받았던 수협의 최근 성장세가 무섭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해마다 역대 최고 수익 기록을 고쳐 쓰고 있다.

    어떤 처방이 부실했던 수협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것일까.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철학과 뚝심, 자회사로 독립한 Sh수협은행이 맞은 이동빈 행장의 풍부한 현장경험이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수협에 따르면 올 들어 전체 수협의 세전이익은 지난달 말 현재 3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억원쯤 늘어났다. 이런 추세대로면 연말에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협 변화의 중심에는 김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2015년 초 취임과 함께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조직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2014년 연간 13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전체 수협의 수익 규모는 이듬해 1942억 원으로 급등한 뒤 지난해 말 4733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3년 새 4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총자산은 4조 4000억 원 이상 늘었다. 경영이 호전되면서 수협의 공적자금 상환 일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협은 지난해 애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공적자금을 갚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1227억원을 갚았다. 김 회장은 매년 3000억원 이상을 갚아나가면 앞으로 4~5년 안에 상환을 끝낼 것으로 본다. 이후에는 수익을 어민을 위해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수협의 이런 수익 성장은 2016년 말 단행된 사업구조개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수협은행은 자회사로 독립하며 자본을 확충하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높였다. 2016년 말 11.09%였던 BIS 비율은 지난해 말 14.56%로 4.0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 ▲ 목포지점 찾은 이동빈 행장.ⓒ수협은행
    ▲ 목포지점 찾은 이동빈 행장.ⓒ수협은행
    이처럼 수협은행이 건실한 중견은행으로 변모하는 데에는 이 행장의 현장경영과 노하우도 한몫했다.

    1983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35년간 풍부한 은행 경험을 쌓은 이 행장은 여신관리·금융전문가다. 우리은행 시절 이광구 은행장으로부터 자산 건전성 확보 주문을 받고서 BIS 비율은 물론 유동성커버리지(NPL) 비율을 대폭 높인 장본인이다.

    이 행장은 "리테일(소매) 금융 기반 강화를 목표로 안정적인 자산 구조로 전환을 꾀한 전략이 효과를 냈다"며 "사업구조개편 당시 수협은행의 자산구조는 기업과 가계여신 비중이 7대 3이었다. 이를 5대 5 수준으로 재편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여신은 대출이 거액으로 집행돼 부실이 발생하면 충격도 그에 상응해 크게 나타난다"며 "위험을 분산해서 위기에도 안정적인 자산구조를 유지하려고 힘썼다"고 부연했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발품 경영을 선택했다. 발에 땀 나도록 현장을 누볐다. 취임 후 100일간 전국 126개 지점을 순방하는 '강행군'을 벌였다. 이 행장은 "현장을 찾아 고객 접점서비스를 점검하고 직원의 애로사항과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고쳐 영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며 "임직원이 공감하며 함께 뛰어준 덕분에 개인 예금과 소매대출 등 리테일 중심으로 자산 구조를 안정화했고, 신탁·방카(은행연계보험)·펀드 등 비이자수익 확대를 역점 추진한 결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뉴데일리DB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뉴데일리DB
    하지만 이런 변화도 김 회장의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독립 수협은행의 첫 행장 공모에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전면에서 막아냈다. 관료 출신 낙하산이 행장으로 오면 이사회 승인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정부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관료 출신이 관리는 잘한다. 하지만 은행은 돈을 버는 곳으로 서로 별개의 문제다. (수협은행은) 수익 내는 게 절박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애초 김 회장은 팀워크를 강조하며 16년 만의 수협 내부 출신 행장 배출을 염원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꼭 내부출신이 아니어도 (은행장추천위원회가) 유능한 전문가를 추천하면 수용할 생각"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김 회장의 수협 운영 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
    김 회장은 공적자금을 조기에 갚고 수익을 어민에게 돌려주려면 금융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수협의 존재 목적은 어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정부와 국회에 조세특례 적용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법인세를 면제하면 그만큼 공적자금 상환을 앞당길 수 있어 어민을 직접 지원하는 시기도 빨라질 수 있어서다.

    김 회장은 "자율적 휴어제에 참여하는 어업인 지원과 낙도벽지에 어촌공동체 보호·육성을 위한 인구정착 기반 마련, 세계 각국으로의 연근해어선 진출 등 3분야에 매년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규모는 올해 정부가 수산분야 예산으로 책정한 2조1000억원의 14%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김 회장은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갚아서 수협의 수익이 어민과 수산업을 위해 온전히 쓰일 수 있게 국회와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