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장, 현장중심 경영 박차… 기업·가계여신 균형, 리테일금융 강화김 회장, '어민·수익 우선'… 관료 낙하산 행장 뚝심으로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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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처방이 부실했던 수협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것일까.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철학과 뚝심, 자회사로 독립한 Sh수협은행이 맞은 이동빈 행장의 풍부한 현장경험이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수협에 따르면 올 들어 전체 수협의 세전이익은 지난달 말 현재 3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억원쯤 늘어났다. 이런 추세대로면 연말에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협 변화의 중심에는 김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2015년 초 취임과 함께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조직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2014년 연간 13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전체 수협의 수익 규모는 이듬해 1942억 원으로 급등한 뒤 지난해 말 4733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3년 새 4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총자산은 4조 4000억 원 이상 늘었다. 경영이 호전되면서 수협의 공적자금 상환 일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협은 지난해 애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공적자금을 갚기 시작했다. 올해까지 1227억원을 갚았다. 김 회장은 매년 3000억원 이상을 갚아나가면 앞으로 4~5년 안에 상환을 끝낼 것으로 본다. 이후에는 수익을 어민을 위해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수협의 이런 수익 성장은 2016년 말 단행된 사업구조개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수협은행은 자회사로 독립하며 자본을 확충하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높였다. 2016년 말 11.09%였던 BIS 비율은 지난해 말 14.56%로 4.0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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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35년간 풍부한 은행 경험을 쌓은 이 행장은 여신관리·금융전문가다. 우리은행 시절 이광구 은행장으로부터 자산 건전성 확보 주문을 받고서 BIS 비율은 물론 유동성커버리지(NPL) 비율을 대폭 높인 장본인이다.
이 행장은 "리테일(소매) 금융 기반 강화를 목표로 안정적인 자산 구조로 전환을 꾀한 전략이 효과를 냈다"며 "사업구조개편 당시 수협은행의 자산구조는 기업과 가계여신 비중이 7대 3이었다. 이를 5대 5 수준으로 재편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여신은 대출이 거액으로 집행돼 부실이 발생하면 충격도 그에 상응해 크게 나타난다"며 "위험을 분산해서 위기에도 안정적인 자산구조를 유지하려고 힘썼다"고 부연했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발품 경영을 선택했다. 발에 땀 나도록 현장을 누볐다. 취임 후 100일간 전국 126개 지점을 순방하는 '강행군'을 벌였다. 이 행장은 "현장을 찾아 고객 접점서비스를 점검하고 직원의 애로사항과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고쳐 영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며 "임직원이 공감하며 함께 뛰어준 덕분에 개인 예금과 소매대출 등 리테일 중심으로 자산 구조를 안정화했고, 신탁·방카(은행연계보험)·펀드 등 비이자수익 확대를 역점 추진한 결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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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관료 출신이 관리는 잘한다. 하지만 은행은 돈을 버는 곳으로 서로 별개의 문제다. (수협은행은) 수익 내는 게 절박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애초 김 회장은 팀워크를 강조하며 16년 만의 수협 내부 출신 행장 배출을 염원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꼭 내부출신이 아니어도 (은행장추천위원회가) 유능한 전문가를 추천하면 수용할 생각"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김 회장의 수협 운영 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
김 회장은 공적자금을 조기에 갚고 수익을 어민에게 돌려주려면 금융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수협의 존재 목적은 어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정부와 국회에 조세특례 적용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법인세를 면제하면 그만큼 공적자금 상환을 앞당길 수 있어 어민을 직접 지원하는 시기도 빨라질 수 있어서다.
김 회장은 "자율적 휴어제에 참여하는 어업인 지원과 낙도벽지에 어촌공동체 보호·육성을 위한 인구정착 기반 마련, 세계 각국으로의 연근해어선 진출 등 3분야에 매년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규모는 올해 정부가 수산분야 예산으로 책정한 2조1000억원의 14%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김 회장은 "하루빨리 공적자금을 갚아서 수협의 수익이 어민과 수산업을 위해 온전히 쓰일 수 있게 국회와 정부가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