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증권가는 호텔롯데의 상장에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이며 주관사 타이틀 물밑경쟁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PO시장의 가뭄이 지속 중인 상황에서 초대어급 매물인 호텔롯데의 시장출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증권업계도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만약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취소 등의 변수를 극복할 경우 수년간 IPO를 추진해온 호텔롯데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의 상장 주관 타이틀은 증권사 입장에서 큰 호재다.
2016년 IPO 추진 당시 최대 16조원 수준의 기업가치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지만 상장을 추진하기만 한다면 한동안 기근에 시달린 IPO 실적을 한순간 끌어 올릴 수 있다.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상장주관 수수료는 물론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유상증자, 블록딜, 회사채발행 등 롯데그룹과 관련된 거래를 이어갈 수도 있다.
업계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곳으로 신한금융투자를 꼽는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미 지난 2015년부터 호텔롯데의 상장을 도왔다.
당시 IPO 추진 선언 이전부터 롯데 측과 상장절차에 대해 협의를 해왔던 만큼 관계가 돈독하다.
특히 한동안 회사채 등 거래가 뜸했던 양사(롯데그룹-신한금융투자)가 올들어 다시 딜 주관이나 인수단으로 손을 잡기 시작하면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2분기 중 호텔롯데의 공모채 발생 주관사도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신한금융투자는 호텔롯데 외에도 그룹 내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의 주관사 자리도 꿰차는 모습을 보이며 올해 전체 회사채 인수 실적 중 약 20%를 롯데그룹 물량으로 채웠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신한금융투자의 일본계 자금유치 노력에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며 "3년 전 신한금융과 다소 멀어졌던 관계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도 신한금융투자가 호텔롯데의 IPO 주관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는 여러 정황상 신한금융투자가 유력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표주관사 타이틀을 위한 신한금융투자의 경쟁상대가 국내 증권사들이 아닌 해외IB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텔롯데의 IPO 주관은 국내 뿐 아니라 일본계 증권사 등 외국계IB들도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최소한 공동주관사 한자리 정도는 외국계 증권사가 차지할 가능성 역시 업계는 높게 보고 있다.
우선 롯데가 한국은 물론 일본과도 사업 관계가 깊다는 점에서 노무라증권이 언급된다.
노무라증권은 특히 신 회장은 물론 신 회장의 아들이 직접 근무했던 곳으로 현재도 롯데그룹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를 성사시킨 골드만삭스 등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추구하는 '하나의 롯데'를 위한 핵심 작업은 호텔롯데 IPO 재개라는 점에서 그룹 차원에서도 기회가 되는 대로 힘을 실을 것"이라며 "신동빈 그룹회장의 복귀 이후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여파로 호텔롯데 가치가 떨어진 데다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선결 과제가 있어 상장은 2∼3년 후에나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여전히 호텔롯데 상장은 설익은 이슈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호텔롯데는 2분기 말 기준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며 일본 롯데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L투자회사(72.7%), 광윤사(5.45%) 등으로 이뤄졌다.
한국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8.3%를 보유하고 있으며 호텔롯데도 8.6%를 갖고 있다.
신 회장은 2015년 형제의 난 여파로 국내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자,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1년 후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호텔롯데가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 추진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반면 신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호텔롯데의 상장은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