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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정부와 당국이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 증시에 비해 과도한 증권거래세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국회에서도 같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구체적 인하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은 50여개에 달한다.
최근 증시 급락세가 이어진 이후 청원은 더욱 집중됐다.
대규모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증권거래세까지 부담을 안게 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장내 매도시 매도금액에 붙는 세금으로, 법정세율은 0.5%지만 탄력세율을 적용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0.3%가 적용된다.
국내시장의 증권거래세 0.3%는 지난 1996년부터 유지되고 있다.
반면 한경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권거래세율(0.3%)은 주변 국가인 중국·홍콩·태국(0.1%), 대만(0.15%), 싱가포르(0.2%)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경우 2008년 거래세를 0.3%에서 0.1%로 인하했고 대만은 지난해 0.3%에서 0.15%로 인하했다.
미국과 일본은 아예 증권거래세가 없으며, 스웨덴은 주변국보다 과도한 증권거래세 도입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자본의 국외유출이 발생하자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이처럼 비교대상이 명확한 상황에서 증권업계에 몸담았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증권거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불을 지폈다.
김 의원은 지난 30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증권 거래세 인하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한 뒤 31일에 열린 '추락하는 한국 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를 주최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 거래세 인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4일 '증권거래세의 국제적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해외 금융시장보다 높은 국내 증권거래세율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며 증권거래세 인하에 힘을 보탰다.
한경연은 증권거래세를 손봐야 하는 또 다른 근거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매기는 우리나라 특성상 동일한 주식거래에 대한 경제적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임동연 부연구위원은 "양도소득 과세대상이 계속 확대되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모두 매기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자의 세 부담이 커지고 증권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처럼 증권거래와 양도소득에 대해 모두 과세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고 대부분 국가가 하나의 세목만 과세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 위원은 "현행 증권거래세는 투기 규제라는 당초 도입 목적보다 세수 목적의 비중이 커졌고 자본시장의 효율성 및 과세형평을 저해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고 자본시장의 과세형평을 제고하도록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증권거래세율을 현행 0.3%에서 양도소득세 확대 시기에 맞춰 0.2%, 0.1%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궁극적으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동시에 양도소득세의 전면 확대와 이원적 소득세제(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구분해 과세하고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비교적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세제) 도입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폭락장을 경험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게 늘어나고 시장이 위축된 만큼 세제 변화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관건은 세금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가 움직여야 한다는 점으로,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