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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업계의 조직개편과 사업전략에서 엿볼 수 있는 공통적인 화두는 '소비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다.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보다 앞서 관리적인 측면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최근 당국의 규제와 감독이 올해 더욱 강화되고 업계가 이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 조직을 강화한 증권사들이 줄을 이었다.
DLS 대란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파생상품과 사모펀드에 대한 문제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리스크 관리와 고객 신뢰도 제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액 증가세에 대해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강도 높은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업계 사업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말 증권사들의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임명, CCO부문 격상 또는 본부 독립이 눈에 띄었다.
CCO의 임명은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 개정안 시행에 맞춰 진행된 것이지만 당국의 소비자보호 강화 정책에 대응하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올해 증권업계는 어느때 보다 강도높은 당국의 규제와 감독이 뒤따를 것으로 예고된다.
금융감독원은 적극적으로 국민의 신뢰회복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감독기능을 철저히 수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송년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산업에 대한 개혁과 발전 두 부분은 조화를 이뤄야 되지만 상충도 된다"면서도 "금감원은 산업발전보다 감독에 무게를 둬왔고, 금융감독을 잘하는 것이 금융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 스탠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신년사에서도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매진해 금융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고 금융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산업의 발전보다는 감독과 금융소비자를 위한 당국의 정책은 금융사 성장 측면에서는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특히 금융당국이 규제와 감독 대상으로 사모펀드와 부동산PF를 직접적으로 거론했고, 이 두가지가 현재 증권업계의 주력 사업이라는 점에서 올해 업계 전망이 어둡다.
여전히 업계의 현황을 제대로 짚지 못한 고강도 규제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따르지만 당국의 강력한 주문과 행동에 증권업계 사업구조에 대한 변화 역시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업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IB 사업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다만 제한이 많은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발굴이 힘든 상황에서 올해 증권사들이 제시한 키워드 역시 상당부문 겹치는 모습이다.
올해 증권사들이 제시한 주력 사업은 공모리츠와 외부위탁운영관리(OCIO) 시장으로 수렴한다.
지난해 열풍이 시작된 공모리츠는 초저금리 시대에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으며 사모펀드시장의 위축에 따라 내세울 수 있는 공모상품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OCIO 시장은 현재보다는 미래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이 열린 먹거리로 인식되고 있으며, 연금개편을 통해 시장 전망도 밝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갈 곳 잃은 투자금이 증권 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키우고 있지만 재태크 측면에서 부동산과 증시의 상관관계와 자산 이동 가능성에 대한 증권업계의 시각은 아직 회의적이다.
한편 윤석헌 원장은 이번 규제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생산적 금융 확대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윤 원장은 "부동산에만 열정을 쏟지 말고, 생산적 금융으로 신경써 좋은 아이디어도 내고 기업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며 "은행들은 이를 간접금융으로 하지만 자본시장은 직접금융으로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