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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증시에 이어 파생상품시장도 덮칠 조짐이다.
글로벌증시 동반 폭락에 이어 국제유가까지 폭락하자 국제유가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원유 DLS는 약 3조2000억원으로 이 중 WTI(서부텍사스산원유)에 1조8870억원, 브랜트유에 1조4700억원 발행됐다.
업계는 이미 전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급락으로 원유 DLS의 대거 녹인을 우려하고 있다.
전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 급락한 31.13달러로 배럴당 30달러대에 겨우 턱걸이했다.
직전거래일인 6일에도 10.1%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2거래일만에 32.2% 폭락한 수준이다.
문제는 2018년 하반기와 지난해 발행된 원유 DLS 대다수가 WTI 기준 60달러대에 발행됐다는 점이다.
DLS 상품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녹인 구간이 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유가가 발행 당시에 비해 낙폭이 50%에 근접한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단기간 유의미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췄으며 최저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경기회복 모멘텀을 찾기 어렵고 반등이 어려워 단기적으로 사우디, 러시아의 동시 증산 가능성이 국제유가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유가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과거 20년간 저점에 근접한 만큼 국제유가 하방도 일정부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가가 장기간 30달러대 초반에서 머무를 경우 상당수의 원유 DLS 상품이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DLS는 만기가 2~3년 가량으로 녹인구간 진입이 곧바로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기 시점까지 70~80%의 가격을 회복하면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포함해 정상 상환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지난 2015년 국제유가 급락 이후 30달러 밑으로 추락했지만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2016년 반등에 성공해 70달러선까지 회복한 바 있고, 당시 DLS상품들도 상당수가 정상적으로 상환됐다"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 파생상품은 조기상환을 목표로 하고 만기 후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기 때문에 녹인구간에 묶인 상품들은 조기상환이 불가능하다.
최악의 경우 만기시까지 유가 약세가 이어져 원금손실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