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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 전망보다도 낮게 조정한 가운데 경제 충격 최소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재정지원 대상에 대한 적절한 타게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혈세 퍼주기식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지양하고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 정치권 일각에서 국민에게 제2·제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자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제언이어서 주목된다.
WB는 8일(현지 시각)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5.2%까지 낮춰잡았다. 지난 1월 전망치 2.5%보다 7.7%포인트(p)나 하향 조정했다. IMF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전망한 -3.0%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 1월 세계경제성장률을 3.3%로 전망했던 IMF는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 범유행으로 말미암아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며 지난 4월 전망치를 6.3%p나 낮췄다. WB도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 경기침체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B는 선진국 경제는 -7.0%,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2.5%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서비스업 타격과 산업생산 감소 등으로 -6.1%, 유로존은 관광업 충격과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 등으로 -9.1%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신흥국·개발도상국도 1960년 자료분석을 시작한 이후 첫 역성장을 예고했다. 동아시아와 태평양지역은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관광업 위축과 저유가 등으로 인해 1967년 이래 최저인 0.5% 성장을 예상했다. 나머지 권역은 모든 지역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됐다. -
WB는 정책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무엇보다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WB는 선진국의 경우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압력에 대비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재정지원대상에 대한 적절한 타게팅(표적화)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정소득이 없는 자영업자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먼저 실업위기에 노출된 비정규직과 임시직 근로자에게 직접 재정지원의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지출을 설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돈 퍼주는 정부를 어느 국민이 싫어하겠나"라며 "(코로나19로) 자영업자와 일반서민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이) 일시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외부 충격에 의해 경제가 일시적으로 어려울 때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산업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산업이 아니라 석유화학분야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포스트코로나 이후 경쟁력을 갖고 수출이 기대되는 업종에 대해 타게팅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전문가인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명예교수는 "혈세는 아끼고 또 아껴 써야 한다"면서 "예산을 낭비하면 나라가 망한다. 지금과 같은 퍼주기 정책으로 혈세를 낭비하면 다음 정권은 손발이 묶여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민 1인당 수십만원씩 2차,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쥐여주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기본소득을 쟁점화하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
WB는 선진국의 중장기 정책과제로는 일시적으로 완화된 건전성 규제 정상화, 고령화에 대비한 보건의료 시스템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언급했다.
신흥·개도국은 양적완화 시 통화당국의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정상화 이후에는 비전통적인 방식의 통화정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