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지난 6일 옵티머스펀드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NH "이사회 결정 존중"…여전한 관계자 책임공방, 이사회 설득 쉽지 않을 듯법조계 "무리한 법적용·100% 배상 판결 가능성 적어…피해 복원까진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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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옵티머스펀드에 대해 최대 판매사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결정하면서 책임에 대한 장기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NH투자증권은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관계사 간 책임 공방이 여전한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4000억원대 단독 배상을 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국,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NH투자증권, 20일 내 수락여부 결정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에서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분조위는 "계약체결 시점에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NH투자증권은 운용사 설명에만 의존해 공공기관 확정매출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 상대방인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NH투자증권은 분조위에 앞서 수탁사인 하나은행,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이 연대 배상 책임을 지는 다자배상을 권고해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철웅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NH투자증권 측의 다자 배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과를 빠르게 낸 이유에 대해) 계약취소 부분에 대한 법률 검토가 상당히 진행된 부분이 있던 상태로 분조위 안건이 작성돼 이미 통보된 상태였다"면서 "NH투자증권 측의 다자 배상에 대해 분조위 안건을 올리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웠고, 법률적으로 사실관계에 따른 확인이 어려웠다. 하나은행과 예탁원의 동의 여부가 없는 상황에서 분조위 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와 NH투자증권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이 경우 3000억원 규모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다자 간 배상해야 이사회 설득 가능"…결국 장기소송 가능성 커져
NH투자증권이 그간 다자 간 배상을 주장해왔던 만큼 투자자들 간 장기 소송전으로 갈 공산이 크다. 분조위 권고안이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 만큼 투자금 반환에 대한 최종 결정은 NH투자증권 이사회로 넘어가는데, 이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옵티머스 미환매 펀드 원본 5146억원 중 NH투자증권 판매 규모는 84%인 4327억원이다. NH투자증권은 금감원 분조위 결과를 수용할 경우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7872억원) 절반 수준의 상당한 규모를 돌려줘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추후 법적 소송을 통해 운용사와 수탁사 등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미 금감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결정을 내려준 상황에서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이 이를 거부하거나 최소한의 배상금만 부담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여전히 관련사 간 책임 공방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전액 배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탁결제원과 하나은행 모두 펀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하나은행은 금감원 제재심에서 업무 일부정지 처분이 결정됐고, 예탁결제원 역시 감사원의 감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회사의 법적 귀책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을 반환할 경우 이사회가 경영상 배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NH투자증권은 피해자에 대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조차 순탄치 않았다. 6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가까스로 합의점을 도출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의사 결정에 부담을 느낀 사외이사들이 줄사퇴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분조위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판매사가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관계사들이 연대 책임을 져야 앞으로 이 같은 사건에 모든 기관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서 "펀드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정 기관에만 책임을 물으면 향후 시장 전체가 경색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당국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지만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은 이사회"라면서 "자체 법리검토를 거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적용이 무리하다는 의견이 나온 상태이기에 이사진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리한 금감원 결정…투자자 피해 키울 것"
때문에 이번 금감원의 결정이 도리어 투자자들의 신속한 피해 보상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NH투자증권은 금감원이 다자 배상안을 권고할 경우 계약 취소에 따른 원금 전액 반환과 같은 수준의 투자자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투자자들에겐 빠른 배상을, 추후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선례인 라임펀드 때와 마찬가지로 판매사가 결국 금감원의 권고를 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이 마저도 상황이 다르다. 당시 분조위가 전액 반환 권고했던 라임 펀드의 전체 반환액은 1611억원으로, NH투자증권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투자자들은 분쟁조정이 결렬될 경우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인데, 장기간 법정 싸움은 물론 승소 시 전액 반환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금융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 민사 재판에서 100% 배상 판결이 나온 선례가 거의 없는데다가 금감원의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적용이 법리적으로 무리한 측면도 있다"면서 "투자자와 판매사 간 소송보단 다자 간 배상 결론을 통해 판매사와 관계사 간 구상권 소송을 벌이는 게 투자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관계사들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다자 간 배상을 판단할 수 없다는 금감원의 결정은 앞뒤가 맞지 않다. 시시비비가 명확해지면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도 결국 NH투자증권 측에 공을 떠넘긴 꼴"이라면서 "금감원의 이번 판단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