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NH·신한 탄소배출권 ETF 4종 동시 상장 새로운 투자자산 주목, ESG 투자수요 충족 기대 2030년 탄소배출권 가격 톤당 50~100달러 전망도
  •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부상하는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를 동시 출시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본격 나선다. 전세계적으로 탄소 규제 강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국내 뿐 아니라 다수 국가에서 ETF를 통한 상품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NH-Amundi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의 해외 탄소배출권선물 ETF 4종목이 유가증권시장에 동시 상장했다. 탄소배출권 ETF가 국내 상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ESG 관련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충족시킬 투자수단으로 주목받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기업들에게 일정량씩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할당해주고, 잉여가 생기거나 부족분이 생길 때 이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다.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유럽(EU)은 최근 탄소 감축 목표를 강화해 규제 대상 확대와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됐으며, 올해부터 운영 3기에 진입했다. 가격 안정화를 위한 시장조성자 확대 선정과 향후 제 3자 거래제 참여 등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이다.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 말 기준 톤당 40~80달러에 그쳤으나 오는 2030년에는 톤당 50~100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선 ETF를 통한 탄소배출권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연초 이후 미국 상장의 탄소배출권 ETF인 KRBN(KraneShares Global Carbon ETF)에 유입된 자금은 약 6억9000만 달러다. 대표적인 EU 배출권 선물의 거래대금은 2017년 233억 유로에서 작년 1816억 유로로 증가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강화와 탄소국경세 등 탄소 비용화가 강화된 점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유럽탄소배출권 가격은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한 반면 파리협약 목표 달성에는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TF를 통한 상품화 준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탄소배출권 투자 성과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체 ETF 중 올해 수익률 상위에는 우라늄 ETF와 유럽·북미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탄소배출권 ETF 등이다. 이 중 자산규모가 큰 대표 ETF는 GlobalXUraniumETF(심볼 URA, 우라늄)와 KraneShares Global Carbon ETF(심볼 KRBN, 탄소배출권)다. 

    국내에서는 이달에만 총 6종의 탄소배출권 ETF가 상장될 예정이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ETF 상장 속도는 둔화됐지만 탄소배출권이라는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는 크게 유럽과 글로벌 탄소배출권 선물로 나뉘며, 기초지수의 정기변경(롤오버)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초기 설정 자금 규모나 LP, 환헤지 등을 감안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현재 유럽 탄소배출권(EUA)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작년 기준 전체 탄소배출권 시장 대비 규모 비중이 80%에 달하는 유럽 탄소배출권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보일 것”이라며 “유럽의 경우 재봉쇄로 인해 이연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유로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기에 환헤지 상품이 유의미해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