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디지털PB·글로벌ETF 운용 업무 경험다양한 경험, 현장 적용…고객 맞춤형 랩 운용 능력 탁월 "과정가치 중심 평가체계 덕에 조급함 버리고 고객 신뢰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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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에 입사한 지 14년차인 이민영 PB(차장·신사WM센터)는 최근 트렌드를 미리 지나온 이력을 보유했다. 비대면 채널 활용 전략에 주목하기 시작한 10년 전 디지털 콘텐츠 기획과 디지털PB 업무를 닦았고, 당시만 해도 기관투자가들 중심이던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운용 업무를 익혔다. 자의반 타의반 주어진 역할이었지만 특유의 도전 정신과 당돌함으로 부딪쳤던 시간들은 지점 프라이빗뱅커로서 이민영 PB에겐 변화무쌍한 시장에 대응할 내공이 됐다.사회 첫발은 은행에서였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초짜 행원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호기심이 많고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을 하는 걸 즐기는 성격에 전혀 맞지가 않았다고 한다. 혼란스러움에 주변 분위기를 둘러봐도 이상적으로 그렸던 금융전문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돌이켜보면 좀더 액티브한 주식시장에 어울리는 성격인데, 첫 직장을 은행으로 출발한 것이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전신)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금융 경력을 우대한다기에 이력서엔 '현재 신입행원으로 6개월째 근무 중'이라고 솔직히 썼다. 은행에서 딴 펀드판매자격증 외에 증권사 입사 희망자라면 다들 소지한 증권3종 자격증도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다."면접 때 은행에서 고객을 응대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얘기하면서 '즐기면서 일하고 싶다'고 무모할 정도로 열정과 패기만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셨어요. 2008년 당시 장이 좋았잖아요. 젊은 패기가 먹혔던 시기지 않나 싶어요(웃음). 자격증도 입사해서 꼭 따겠다,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솔직했나 싶죠."증권사 입사 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바깥에선 보수적인 증권업계라지만 은행은 과거서부터 내려오는 전통과 형식이 더욱 견고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세우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까 고민하도록 조성된 회사 분위기가 크게 와닿았다. 변화무쌍한 주식시장도 흥미로웠다. 처음 영업점에 발령받고선 평일엔 영업하고, 주말엔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했다. 공부한 걸 바로바로 실전에 투입해보며 신입 PB로서 좌충우돌했다.지점 PB 5년차, 본사 디지털센터 온라인비지니스본부로 발령이 났다. 지금은 디지털 혁신이 화두지만 2012년 당시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영업직 경력이 있는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담기 위해 그가 차출됐다. 첫 해엔 영업직원들에게 제공될 태블릿PC에 담길, 현장에서 실제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업무를 했다.
이후엔 PB서비스를 받지 않는 다수의 비대면 고객을 위한 투자정보 콘텐츠를 기획하고 비대면 상담 지원을 위한 주식투자 클럽 '머그클럽' 업무를 맡았다. 온라인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실시간 시장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정기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지금으로 말하면 디지털자산관리센터, 디지털PB 업무에 가깝다. 그 당시 투자 정보 콘텐츠 기획하면서 시장을 보는 눈을 익혔다. 트렌디한 정보를 선별하고, 보기 좋게 편집해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는 작업을 통해 지금 영업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원활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이후 3년은 랩운용부에 있었다. PB로서 주식운용에 대해 전문성 있게 배우고 싶어 신입사원 시절부터 줄곧 일순위 희망 부서였다. 랩운용부는 통상 연봉직들이 대부분이었고, 직급이 낮은 사원들이 들어가긴 쉽지 않았던 환경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성 PB에 비해 주식에 집중해 자산운용하는 여성 PB가 많지 않았다. 주식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는 갈망이 늘 있었기에 운용 부서 발령을 지속적으로 어필해 글로벌ETF, 자산배분형랩을 담당하는 상품운용팀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입사 동기 75명 중 이 PB처럼 다양한 경험을 한 이도 드물다. 회사 정책상 디지털부서가 축소·흡수되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지금 시류에 맞는 경험을 미리했고, 시류에 맞는 경력을 닦았다.
운용팀에선 펀드매니저처럼 상품운용 자문사와 미팅하고, 자문받아 고객 자산을 운용하고, 리테일 PB로부터 자금을 모아 일임하는 역할을 했었다. 글로벌ETF랩, 글로벌리츠랩 같은 최근 시장에서 트렌디한 상품들을 익혔다. 당시만 해도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던 운용 스타일이었을 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지도 않았다. 굳이 개별 주식 종목에만 제한두는 게 아니라 다양한 ETF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안목 역시 이때 생겼다고 한다.
"입사 후 모든 순간이 의미 있었지만 특히 운용 부서에선 현재 PB로서 제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주식 포트폴리오가 엄청 다양해지고 멀티자산운용이 일반화됐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는데, 지금 트렌드에 맞는 전문적인 식견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요. 3년간 상품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고, 지점에만 있었다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
◆돌아온 영업점, 달라진 환경…펀드매니저형 PB로 도전
이후 6년 만에 지점으로 복귀했을 때 영업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과거 오프라인 고객이 대부분이던 시기였지만 그 사이 온라인으로 직접 투자하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경쟁 구도도도 치열해졌다. 유튜브 등 투자 정보를 얻을 경로도 다양해 PB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현재 관리 고객 200명, 자산 규모는 1100억원까지 키웠지만 당시 지점으로 돌아갔을 땐 신입 사원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동안 배운걸 현장에 적용하고 싶다는 열정과 포부가 가득했지만 막상 좇기는 마음도 적지 않았다. 당시는 다행이 NH투자증권이 '과정 가치' 중심의 새로운 평가체계를 도입한 시점이었다. PB 평가에서 눈에 보이는 실적보단 고객과의 소통 등이 중요했다. 여기에 기반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고객 응대 방식을 배우는 마스터PB 스쿨 과정을 통해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지점에 복귀했을 때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았어요. 회사의 여러 정책이 제가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그 분위기 덕분에 그동안 이전 부서에서 배웠던 것들을 현장에서 적용할 마음의 확신과 여유도 생겼던 것 같아요. 연차로는 8년차 PB지만 신입 PB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눈 앞에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급급하지 않다보니 고객이 보였다고 한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상담했다. 고객과의 인터뷰가 끝나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큰 그림을 이 PB가 운용 가능한 포트폴리오로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엔 시황에 고객을 맞췄다면 지금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시장 상황 전반에 맞춰 맞춤식 관리한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지점 특성상 이 PB의 핵심고객들은 현업에 바쁜 의사 등 전문직이나 사업가가 많다. 랩운용부의 경험으로 PB형랩을 통해 일임하는 고객도 상당수다. 상품을 잘 알아야 하고 품이 많이 들어 막상 현장에서의 부담은 크지만 이는 이 PB가 랩운용부에서 3년여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년여 동안 일임형랩 운용으로만 30억원을 확보했어요. 첫 일임계약 고객의 수익률은 40% 정도를 기록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하고 싶은 자산운용 방식이었는데, 회사에서 PB로서 하고싶은 걸 해볼 수 있는 분위기가 큰 힘이 됐어요. 랩 플랫폼만으로 300억원을 운용하는 고수들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언젠가 저도 제가 만든 랩만으로 200억원을 운용하는 게 꿈이에요." - ◆녹록치 않은 장, 성장 고민 계속…"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PB 되고파"
최근 녹록치 않은 시장 앞에 이민영 PB는 가식 없이 솔직하다. 그 역시 고민이 많은 시기라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약세장에서 저조한 수익률에 고객들이 행여 흔들릴까 안심시켜주는 얘길 하면 오히려 "난 걱정 안한다, 믿는다"고 말해주는 고객들에 더 자신감을 얻는다.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배당형 상품, 미국주식을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분산투자를 추천한다. 우량종목에 대해선 꾸준히 분할 저점매수로 대응하고 있다.
이 PB는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PB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핵심고객과 평생 함께 갈 믿음직한 자산관리 파트너가 되는 게 그의 목표다. 고객을 리딩하는 것만큼이나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수익률로 1등하는 PB도 아니고,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핵심 고객을 늘려야 하는 시기인데,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한층 고민이 깊습니다. 성장을 위해 또 부지런히 노력할 거고, 고객들에겐 늘 감추지 않고 진솔할 거예요. 요즘 시장, 참 제게도 즐기기 쉽지 않고 어렵지만 또 진격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