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연속 3%대…우크라사태 겹쳐 석유류 19.4%↑근원물가 3.2%↑…10년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洪부총리 "유류세 인하 7월말까지…인하폭 확대 검토"
  • ▲ 유가 정보.ⓒ뉴데일리DB
    ▲ 유가 정보.ⓒ뉴데일리DB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개월째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이 견인하고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확산에도 외식 등 소비수요가 밀어올리는 형국이다. 근원물가도 10년여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하며 2개월째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에너지가격 불안이 가중되자 다음달 종료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처를 7월말까지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4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3.7% 올랐다. 지난해 10월(3.2%) 이후 5개월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소비자물가가 5개월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이후 근 10년만이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상승했다. 석유류는 19.4%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LPG(23.8%), 등유(31.2%)가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12일부터 유류세를 20% 내렸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는 양상이다. 3일(미 동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93달러(2.65%) 하락한 배럴당 107.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 가격은 이날 한때 배럴당 116.5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공업제품도 덩달아 5.2% 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고유가로 인한 물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다음 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20%)와 LNG(액화천연가스)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면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기·수도·가스는 전기료(5.0%), 상수도료(4.1%), 도시가스(0.1%)가 각각 올랐다. 지난해 9월 0.3% 내렸던 전기료는 2017년 9월(8.8%) 이후 최대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올리면서 반등해 5개월째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1.6% 올랐다. 수입쇠고기(26.7%), 돼지고기(12.4%), 딸기(20.9%), 굴(20.0%) 등이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7.6%, 12월 7.8%, 올해 1월 6.3%와 비교하면 오름폭은 크게 둔화했다.

    3.1% 상승률을 보인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0.9%)와 개인서비스(4.3%)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외래진료비(2.3%), 입원진료비(1.5%)는 오르고 부동산중개수수료(-7.7%)과 유치원납입금(-6.3%)은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13.4%)와 생선회(외식·9.8%), 쇠고기(외식·8.2%), 공동주택관리비(6.2%)가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26.0%), 학교보충교육비(-8.0%), 승용차임차료(-6.9%), 가전제품렌탈비(-3.5%)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6.2% 올랐다. 2008년 12월(6.4%) 이후 가장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해 7월(2.5%)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물가상승률 기여도 0.78%포인트(p)로, 석유류(0.79%)와 비슷했다.

    집세(2.1%)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2.9%)와 월세(1.1%) 모두 상승했다. 전세는 2017년 8월(2.9%)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22개월 연속, 월세는 21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 ▲ 물가.ⓒ뉴데일리DB
    ▲ 물가.ⓒ뉴데일리DB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4.2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폭이다. 2개월째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오름폭도 커졌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3.59로, 지난해보다 2.9% 올랐다.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로, 3%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6.32로, 1년 전보다 4.1% 상승했다. 식품(4.6%)과 식품 이외(3.8%)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8%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0.9% 내렸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0.5%)와 신선과실(7.4%)은 올랐지만, 신선채소(8.4%)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