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 공략한 유튜브 마케팅에도 초라한 조회수약세장에 투자 관심 줄면서 채널 유입 감소자체 채널 유입 한계…일회성 투자자 확보 급급한 부작용
  • 최근 2년여간 급격히 유입된 개미투자자 투심을 잡기 위해 증권사들이 앞다퉈 나섰던 자체 유튜브 인기가 부쩍 시들해졌다. 약세장에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줄어들면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120만명), 미래에셋증권(구독자 113만명), 삼성증권(107만명), 이베스트투자증권(20만명), 한국투자증권(16만명), 하나금융투자(11만명), NH투자증권(10만명), 대신증권(6만명), 신한금융투자(5만명) 등 주요 증권사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증가세는 최근 들어 정체 또는 감소 추세다.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는 초라하다. 여전히 매일 같이 각종 새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지만 주제에 따라 일부를 제외하곤 1000건 밑을 맴도는 게시물이 허다하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급격히 유입되면서 증권사들은 유행처럼 유튜브 채널을 확장,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동원한 콘텐츠 확보에  나서왔다.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공부를 위해 유튜브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각종 이벤트 홍보를 통해 경쟁적으로 구독자 수를 올렸고, 구독자 수 10만명을 기록할 때마다 받을 수 있는 '실버버튼' 획득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유튜브는 증권사와 젊은 투자자들 간 소통 창구로서 적극 활용돼왔다.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진 건 최근 증시가 약세장에 접어들면서 투자 심리가 한풀 꺾인 것과 무관치 않다.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증시가 휘청이자 거래대금은 급감하는 추세다. 지난 1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7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7% 줄었다. 투자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습등하던 투자자들의 증권사 유튜브에 대한 관심도 점차 시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간 유행처럼 번졌던 증권사 자체 유튜브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사실상 한계에 부딪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삼프로TV 등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증권사 단독 채널을 통한 투자자 유입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묘책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삼프로TV 채널을 통해 매일 실시간 시황방송을 진행, 방송분은 자체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있다. 빅5 증권사 중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상대적으로 저조해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삼프로 측과 제휴를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사 한 관계자는 "한동안 엄청 경쟁적으로 유튜브를 키웠던 분위기가 있던 게 사실이다. 효과를 평가하는 데 대해선 내부적으론 여러 시각이 있다"면서 "다만 상위 증권사 입장에서 기존 리포트 형식에 국한하던 투자 정보를 트렌디한 형식의 유튜브 콘텐츠로 제공하는 건 상징적인 의미로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경쟁적으로 벌여왔던 성과용 구독자 수 채우기에 대한 자조섞인 비판도 나온다. 

    일부에선 유튜브 구독자 수가 디지털전략 부서 등의 KPI(핵심 성과 지표) 중 하나로서 평가되다보니 당장 성과에 매몰돼 일회성 구독자 늘리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중형사 한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구독자 수나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업체들을 활용하기도 한다"며 "유튜버들은 광고 수입 때문에 하는 조작이지만 증권사들은 이를 통해 내부적으론 부서 성과, 외부적으론 회사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가운데 회사 PB, 애널리스트가 출연을 꺼려하는 점은 최근 애로사항이다. 지난해만 해도 이들은 유튜브에 출연해 애정 섞인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폭락장에선 시청자들의 비난 섞인 반응에 심리적인 압박을 겪고 있다.

    말 잘하는 스타플레이어를 내세우거나, 포스트 스타플레이어를 키워 자체 유튜브를 키워보려했던 증권사 입장에선 출연진의 이탈로 콘텐츠 제작에 상당한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형사 한 PB는 "약세장에 진입한 뒤로 실시간 채팅창과 댓글창이 온통 욕"이라면서 "회사들이 자체 채널을 키우는 데 주력하면서 본인 의지보단 콘텐츠 출연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회사 유튜브니 출연료도 없다. 고객들에게 신경 쓸 시간을 쪼개 나갔는데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이젠 출연하지 않는 이유"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