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행정영장제도 관련 연구용역 발주법무부, 인수위 업무보고 특사경 도입방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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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조사나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진행할 때 '행정영장제도' 도입 검토에 착수하면서, 공정위와 국세청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법원행정처는 최근 영장제도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공정위과 국세청의 행정조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행정영장제도의 도입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 당시 법무부가 공정위에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를 도입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을 감안하면, 법원행정처의 연구용역 발주는 행정영장제도 또는 특사경을 도입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특사경은 행정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하며 현재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이 제도가 도입됐다.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은 공정위와 국세청의 '조사권 남용' 의혹 때문이다.공정거래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먼저 조사를 하고 고발을 하면 검찰이 수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위 행정공무원이 변호인의 조력을 보장하지 않는 등의 조사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현행법상 공정위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자료를 은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조사대상자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영장없이 형사처벌을 받게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사실상 강제조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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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시행하는 세무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일반세무조사는 행정조사이며 조세범칙조사는 범죄혐의를 확인하는 형사절차이지만, 현재는 국세공무원이 세무조사를 진행하다가, 혐의가 발견되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또 세무조사 과정에서 영장없이 납세자의 장부를 세무관서에 일시보관하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무조건 영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조사대상자의 권리를 보호해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정위나 국세청의 조사권 남용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의 조사대상자는 기업이며 국세청의 조사대상자는 일반 개인 납세자가 많은 만큼, 기관별 특성에 따른 영장제도 도입의 온도차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한 법조계 인사는 "공정위 조사는 임의조사이기 때문에 자료는 안 내고 싶으면 안 내도 되지만, 조사방해죄라는 죄명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조사"라며 "검경은 수사하는데 있어 자료를 강압적으로 받아내면 증거능력이 상실되고, 강제로 받고 싶다면 법원 판단을 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어 "공정위와 국세청은 이를 강제로 받아낼 권한이 없으니까 조사방해죄를 만들어 조사대상자를 겁박하면 영장과 같은 효과가 난다"며 "다만 공정위나 국세청이나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만 이런식으로 겁박을 하고 일반적인 사건에 대해선 무리해서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영장제도 도입이 모든 조사대상자에게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3의 기관의 판단을 받아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세금계산을 하는 것으로, 범죄수사를 위한 물품압수나 수색과는 다른 면이 있고, 오히려 영장을 발급하면 행정비용과 납세자들이 더욱 불편해할 것"이라며 "이것보다는 탈세혐의가 없어도 주기적으로 하는 정기 세무조사를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런 논란에 대해 공정위와 국세청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공정위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무리한 조사가 되지 않고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집행하고 있다"며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따져보지도 않고 영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국세청 관계자는 "영장제도를 도입하면 납세자 비밀보호가 안될 것"이라며 "조세범칙조사를 하면서 무혐의로 결론나는 것도 많은데 영장을 받아서 조사하면 납세자가 부담이다. 국세청은 개인 조사를 많이 하는데 영장을 받아서 조사하면 개인납세자가 너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