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용…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KB·한화 등 TDF 운용보수 인하…누적 수익률 개선 효과입지 다지기 위해 불가피…지나친 출혈 경쟁이란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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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상품 승인을 앞두고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운용보수 수수료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국내 TDF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운용사 간 출혈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 가입자들의 디폴트옵션 적용이 가능해진다. 

    해당 제도는 앞서 지난 7월 도입됐다. 고용노동부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다음 달부터 실질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에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아 적립금이 대기성 자금으로 방치됐을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적립금이 자동으로 운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디폴트옵션이 본격 도입되면 특히 TDF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퇴직연금 계좌에 방치된 적립금 중 상당수가 TDF에 투자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TDF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해졌다. 

    가장 먼저 운용보수 인하에 나선 건 KB자산운용이다. KB운용은 올 1월에 이어 7월 초에 ‘KB온국민 TDF’의 운용보수를 10% 낮춰 TDF 수수료 인하 전쟁의 신호탄을 쐈다. 인하 후 운용보수는 연 0.135~0.225%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삼성한국형TDF’의 운용보수를 3bp(1bp=0.01%) 내렸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초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의 운용보수를 약 15% 인하했다. 한화자산운용 역시 ‘한화 LIFEPLUS TDF’ 운용보수를 빈티지별로 8∼10% 낮췄다. 

    다만 국내 TFD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수수료 인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운용 규모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만큼 수수료 인하보다는 운용 전략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래에셋운용의 TDF 순자산 규모는 현재 4조800억원을 상회, 전체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운용사들 간의 지나친 보수 인하 기조가 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TDF 투자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낮은 운용보수가 아니라 수익률”이라며 “수수료가 낮아진다고 해서 전체적인 수익률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TDF는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주는 자산배분 펀드인 만큼, 수수료 인하보다는 포트폴리오 운용에 주력하는 것이 운용사와 투자자가 윈윈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국내 TDF 시장이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92조원에 달하는 DC형과 IRP 퇴직연금 가입자의 원금보장형 자산 규모 중 상당한 규모가 TDF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퇴직연금, 연금 저축 상품의 핵심 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는 TDF가 주목을 받고 있다”라며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및 연금저축 상품을 중심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은퇴를 앞둔 50대가 노후 자금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이 중 일부를 TDF에 투자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라며 “요즘 사회 트렌드에 맞게 젊은 세대도 미리 은퇴 자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