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료 인상에 상승폭 석달만에 커져… 휘발유 하락 전환물가 7월 정점설 탄력… 채소류·외식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근원물가 상승세, 5% 턱밑… 13년8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고환율 여전… 러, 우크라이나 곡물수출 협력 중단도 변수
  • ▲ 물가 상승.ⓒ연합뉴스
    ▲ 물가 상승.ⓒ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7% 상승했다. 상승률이 3개월째 5%대 중후반에 머물렀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진 게 컸다. 정부는 7월 정점설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상승률은 3개월만에 다시 소폭 반등했다. 전기료 등이 오른데다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근원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며 5%대 진입을 앞둔 상황이다. 변수도 적잖다.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다시 막히면서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5.7% 올랐다. 3개월째 5%대 후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이후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이다 올해 3월 들어 4%대로 진입했고 7월에는 6.3%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8월(5.7%)부터 5%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일각에서 7월이 정점이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지난달 물가는 전달보다 0.1%포인트(p) 올라 상승폭이 반등했다.

    10월 물가는 1년전과 비교해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가 모두 올랐다. 전달보단 0.3%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 공업제품, 서비스는 오른 반면 농·축·수산물은 내렸다.

    물가상승률을 견인해왔던 석유류는 10.7% 올랐다. 경유(23.1%), 등유(64.8%)가 올랐지만 휘발유(-2.0%)는 내렸다. 올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석유류는 전달과 비교하면 2.4% 떨어졌다. 석유류 상승률은 금리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6월(39.6%) 정점을 찍은뒤 7월(35.1%)과 8월(19.7%), 9월(16.6%)에 이어 4개월 연속으로 전달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정부가 7월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0%에서 37%로 확대한 것도 효과를 더했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공업제품도 6.3% 상승했다. 등락률 기여도를 보면 공업제품은 2.20%p로 10월 상승률의 38.8%를 차지했다. 비중이 여전히 높았지만 전달(41.6%)보다 줄었다. 오름폭도 7월(8.9%), 8월(7.0%), 9월(6.7%)에 이어 둔화세다. 빵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은 9.5%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23.1% 뛰었다. 전기료(18.6%), 도시가스료(36.2%)가 각각 올랐다. 지난달부터 오른 요금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8월30일 연료비 인상 등을 반영해 올 4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2.5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표한 올해 기준연료비(전력량 요금) 잔여 인상분(4.9원)까지 더하면 한번에 7.4원이 올랐다. 4인 가구 기준 월 2270원이 오른 셈이다.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지난달부터 메가줄(MJ)당 2.7원 올랐다. 지난달 물가상승분중 전기·수도·가스가 차지한 비중은 0.77%p로 전달(0.48%p)보다 큰폭으로 뛰었다.
  • ▲ 월별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 동향.ⓒ통계청
    ▲ 월별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 동향.ⓒ통계청
    밥상물가와 밀접한 농·축·수산물은 지난달 5.2% 올랐다. 전달(6.2%)보다 상승률은 낮았지만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탓에 수입쇠고기(6.3%), 돼지고기(3.3%)가 상승했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데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72.3%), 무(118.1%), 파(24.0%) 등도 올랐다. 채소류(21.6%) 가격은 급등했다. 채소류가 뛰면서 농산물은 전달보다 7.3% 올랐다.

    서비스부문은 4.2% 상승률을 보였다. 공공서비스(0.8%)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국제항공료(20.0%)가 크게 뛰었다. 외래진료비(2.3%)도 올랐다. 반면 유치원 납입금(-19.1%)과 사립대 납입금(-0.8%)은 내렸다.

    전달에 이어 6.4% 오른 개인서비스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험서비스료(14.9%)와 생선회(외식·9.2%), 치킨(10.3%), 공동주택관리비(5.4%)가 올랐다. 반면 병원검사료(-19.6%), 가전제품 렌털비(-1.3%), 취업학원비(-2.3%)는 내렸다. 서비스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물가는 8.9% 올랐다. 전달(9.0%)보다는 내렸다.

    집세(1.7%)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세(2.4%)와 월세(0.9%) 모두 상승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지난해 5월 이후 30개월 연속, 월세는 2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세는 오름폭이 4개월 연속 소폭 둔화했고 월세는 3개월째 제자리걸음 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7.4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2009년 2월(5.2%) 이후 1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6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고, 상승폭도 전달(4.5%)보다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6.09로, 지난해보다 4.2% 올랐다.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3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오름폭도 지속해서 커지는 모습이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4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11.16으로, 1년 전보다 6.5% 상승했다. 식품(8.3%)과 식품 이외(5.3%)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5.7%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1.4% 올랐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6.6%)와 신선과실(4.2%), 신선채소(21.7%) 모두 상승했다.

    지난달까지 전년대비 누계 물가상승률은 5.1%로 올라섰다.
  •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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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3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10월도 석유류 가격하락이 이어지며 경계했던 것보다 낮은 물가가 전망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상승률이) 6%대로 올라가지는 않을 거로 기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7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근원물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고 단언하기엔 이르다는 견해도 나온다. 또한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주둔한 자국 흑해함대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이유로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흑해 곡물 수출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변수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다시 막히게 되면서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