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관, 내부망에 폭로글 게재“서울청, 지원 요청 묵살...지휘부가 책임져야”“현장 인력 충원 요청 수차례 제기했다” 주장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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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론에 휩싸인 경찰이 내부 감찰을 통한 책임자 색출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책임론의 화살이 현장 근무자들을 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꼬리자르기식' 사태 수습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지휘부의 안일했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지난 1일 경찰청 내부망인 ‘폴넷’에는 자신을 이태원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의 글이 올라왔다.해당 직원은 동료들이 감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 걱정돼 글을 남긴다고 밝혔다.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접수된 압사 우려 112신고는 사고 발생지역 뿐만 아니라 이태원역 주변 일대 여러 곳에서 접수됐다”며 “지역 특성상 좁은 골목이 많아 어디로 가든 몰려든 인파로 인해 안전사고 우려가 있었고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주장했다.또 ‘112 신고 11건 중 4건만 출동하고 7건은 전화상담 안내로 마감했다’는 경찰청 간부의 언론 브리핑 내용에 대해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했기에 해당 내용으로 마감한 것”이라며 “다만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배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에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강조했다.해당 경찰관은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서울용산경찰서가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 요청을 했으나 서울청에서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그는 “청장님의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같은 날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도 자신을 이태원파출소 소속이라고 밝힌 경찰관 A씨의 글이 올라왔다.A씨는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90%가 20~30대 젊은 직원이고 그 중에 30% 이상은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 직원과 현장 경험 없이 일선으로 나온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며 “그로 인해 항상 인원에 대한 고충이 있었고 늘 더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고 토로했다.이어 “인원 충원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줬는지 관련 부서에 먼저 묻고 싶다”며 “112 신고는 시간당 수십 건씩 떨어진다. 당일 이태원파출소 근무직원은 11명이었고 탄력근무자까지 포함해 30명 남짓이었다”고 밝혔다.A씨는 또 “112신고 뛰어다니며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압사 사고를 예상해 통제했다면 112신고는 또 누가 뛰느냐”며 “10만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는데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만 했어야 하느냐”고 일선 직원들을 향한 감찰 착수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그는 “경찰청과 서울청은 뭘 했느냐”며 “일이 터졌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하느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그러면서 “1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살려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이라며 “아무 대비책도 없고 관심도 없던 서울시장과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및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을 받으라”고 질타했다.해당 글은 게시된 뒤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지만 2일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경찰 지휘부를 향한 책임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사전에 대비해야 할 책임자들이 진상규명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다보니 변명, 회피하고 심지어 일선 현장 경찰관들에게 (책임을)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거취 판단이 빨라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한편 윤 청장은 지난 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감찰을 진행하고 결과를 지켜본 뒤 (거취를)결정하겠다"고 밝혀 사퇴를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