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매도뒤 가족들에게 증여해 세금회피 국세청,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 원심, 유죄판결…대법원, 납세의무 성립前 행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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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리는 악의적인 행위는 조세범처벌법 대상이지만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했음에도 무죄가 나온 황당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A씨의 경우다. A씨는 2018년 3월16일 상가 분양권을 9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달 뒤인 4월20일 잔금을 수령했다. 당시 양도세액은 3억2100만원 가량 예상됐는데 A씨는 잔금받은 것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곧바로 배우자에게 현금 증여했다. 

    같은해 6월에는 A씨 본인이 소유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을 배우자와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를 악의적인 세금납부 회피 행위로 판단한 국세청은 A씨와 A씨의 재산을 증여받은 배우자와 자녀들을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국세청은 A씨가 세금납부를 회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빼돌렸으며 A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증여 목적이 세금회피라는 것을 알면서도 증여받아 이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모두 고발한 것이다. 

    조세범처벌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납세의무자 또는 납세의무자의 재산을 점유하는 자가 체납처분의 집행을 면탈하거나 면탈하게 할 목적으로 그 재산을 은닉·탈루하거나 거짓 계약을 했을 때 성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세청은 해당 법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법 위반 주체인 납세의무자는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 자를 의미하는데 이는 '과세요건이 충족한때'를 뜻한다고 판단했다. 양도세 납부의무는 잔금을 받은 달의 말일에 발생하는데 이 경우 2018년 4월20일에 잔금을 받았기 때문에 이 달의 말일인 2018년 4월30일에 납세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잔금을 받은 날 바로 A씨가 배우자에게 증여한 행위는 조세회피를 위한 재산은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무죄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2018년 6월에 A씨가 가족들에게 증여한 행위는 양도세 납부의무가 성립된 2018년 4월30일 이후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2018년 4월과 6월에 증여한 행위에 대해 A씨와 배우자, 자녀들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