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중소형 증권사 대표이사, 내년 3월 임기 만료 앞둬일부 실적 하락 폭 거세…부동산 PF 유동성 위기 더해위기 대응 역량 평가 요소…분위기 쇄신 차원 교체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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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중소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암초를 만났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실적 하락과 더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리스크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영진들이 이에 대한 책임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이석기) ▲다올투자증권(이창근) ▲한화투자증권(권희백) ▲현대차증권(최병철) ▲BNK투자증권(김병영) ▲DB금융투자(고원종) ▲IBK투자증권(서병기) ▲SK증권(김신) 등 8개 중소형 증권사 CEO들은 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된다.대다수 중소형 증권사들은 CEO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대부분 실적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수익원인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급감했으며, 그간 일부 회사의 실적 방어 요소였던 기업금융(IB) 부문도 힘을 쓰지 못했다.이와 더불어 일부 회사는 하반기 불거진 유동성 경색과 신용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조직 안정을 우선순위로 둘 가능성이 크지만, 불안정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CEO 교체 등 쇄신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업계는 특히 이창근 다올투자증권 사장의 연임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과 함께 지난 2년간 각자대표 자리를 지킨 이 사장은 그간 회사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으나, 최근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 단속과 경영진의 책임 차원에서 교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실적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다올투자증권의 연결 기준 3분기 당기순이익은 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0억원으로 23% 감소했다. 이는 타 증권사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급락한 것과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다만 회사는 타 증권사 대비 부동산 PF의 수익 비중이 높은 만큼 유동성에 큰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이에 경영 관련 직무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냈으며, 최근에는 알짜 벤처캐피탈(VC) 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공식화하는 등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있다.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실적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던 지분투자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순손실 3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93억원) 대비 적자 폭은 줄었지만,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시장 상황 악화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곳은 한화투자증권이 유일하다.이는 자산관리(WM), 트레이딩, IB 등 사업 부문의 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에 투자한 지분법 손실 60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토스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금융계 최장수 CEO 중 한 명인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는 내년 초 7연임에 도전한다.지난 2분기 43억원의 순손실을 낸 DB금융투자는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에 고전하고 있다. 3분기 순이익은 17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급감했으며, 브로커리지 수익이 40%가량 쪼그라든 가운데 WM과 신탁보수 수수료 모두 감소했다.이밖에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는 이미 지난 3월 임기가 끝났지만, 임기를 연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달 모회사인 IBK기업은행장의 교체를 앞두고 있어 새 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년 초 서 대표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구조조정 한파가 들이닥친 상황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증권사들은 CEO 교체에 나설 것"이라며 "단순한 단기 실적보다는 경영진이 최근의 위기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해왔는지에 따라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