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고등어·돼지고기 등 할당관세 적용 추진…물가안정 총력한은, 올해 물가상승률 3.5% 전망…목표치 2%대 웃돌아경제성장 전망 1.5% 안팎…경기부양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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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저성장 경고음'이 계속 울리면서 경기부양으로 경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시점이 빨라질 지 주목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5.2%, 2월 4.8%, 3월 4.2%. 4월 3.7%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이대로라면 올 연말 2%대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가스요금과 대중교통 인상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정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먹거리 물가 인상도 예상되며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한은의 목표치였던 2%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정부도 아직 경제정책 기조를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면서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통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 하반기 물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돼지고기에 대해선 4만5000톤(t), 고등어 1만t에 대해 다음 달부터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제가격이 상승한 원당과 설탕에 대해서도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할당관세가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 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물가로 어려운 시기에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해 물가안정을 꾀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지만, 지난해 할당관세 적용으로 세수감소분이 2조 원 가까이 발생한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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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재부에 보고한 '2022년 할당관세 부과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할당관세에 대한 세수 지원액은 1조9694억 원으로 전년도 6578억 원보다 3배쯤 급증했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품목에 대해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거나 면제하는 방식으로 물품에 대한 가격을 낮춰 물가안정을 유도하는 제도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크게 뛰며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할당관세가 적용돼 세수 지원 규모가 커졌다. 올해도 물가안정 차원에서 추진되는 할당관세 지원액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세수다.

    올해 1~3월 누적 국세수입은 87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 원 줄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최대 50조 원의 세수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추경 편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건정재정 기조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에는 올해 우리나라 경기가 '상저하고(上底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올 상반기는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경기가 어렵지만, 하반기에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와 반도체 업황이 나아지며 경기가 좋아져 세수 상황도 나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1.5% 수준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기존 1.7%에서 1.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에서 1.6%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더해 최근 KDI가 1.8%에서 1.5%, 한은이 1.7%에서 1.4%로 하향조정하며 기재부도 기존 전망치인 1.6%를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는 다음 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기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해서 추경을 거부한 채, 예산을 지출하지 않는 불용을 늘린다면 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이는 결국 세수부족 사태로 연결되는 등 '경기악화→세수부족→경기악화'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 더구나 물가도 정부의 고민 중 하나다. 경기부양을 하겠다고 무턱대고 재정을 풀었다가는 물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고, 이창용 한은 총재도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물가'에 초점을 두는 분위기지만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경기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조만간 물가에서 경기부양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