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AAA→AA+ 전격 강등… 정치권 부채한도 협상 대치상황 반복 악영향아시아 증시부터 '출렁'…코스피 1.90%↓·홍콩항셍 2.55%↓·닛케이 2.30%↓경제전문가들 "단기 변동성 불가피… 2011년 S&P 강등만큼의 충격 없을 것"정부 "위험회피 심리 강화 따른 변동성 경계… 모니터링 강화, 필요시 시장안정 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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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내렸지만, 충격파가 과거처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단기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피치는 1일(현지시각) 미국의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3대 국제신평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AAA에서 AA+로 내린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미국 주가가 15% 이상 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바 있다.피치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마지막 순간까지 대치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지배구조가 악화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011년 S&P도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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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 가까이 하락했다. 전장 대비 50.60포인트(p·1.90%) 내린 2616.4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내렸다. 전장보다 29.91p(3.18%) 내린 909.7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환율은 올랐다. 1300원선 재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끝냈다.피치 발표 이후 위험 회피 심리가 급부상하면서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는 2.30%, 호주의 ASX지수는 1.29% 각각 내렸다.기축통화인 엔화는 가치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전거래일보다 0.53% 하락한 달러당 142.56엔을 기록했다.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조처로 단기적인 변동성이 생기겠지만, 과거처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닐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반응(변동성)이 있을 듯하다"면서 "다만 최근 미 채권·금융시장의 신뢰가 악화한 건 아니어서 큰 의미 있는 변동은 아닐 듯하다"고 분석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등급 강등이 부정적인 건 맞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입지나 위상에 문제가 생긴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다만 채권국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주긴 할 것"이라면서 "이후 관리 여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텐데 무엇보다 현재 미국의 실물경제가 나쁘지 않아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한국은행 박성진 채권시장팀장은 "국제금융시장보다 우리 장이 먼저 열린 상황이어서 시장의 반응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 폭이 일본이나 대만의 하락 수준에서 과도하게 벗어나는 수준이 아니다. 직·간접적인 영향에 대해선 아직 불확실성이 크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수준의 변동성이 아닌가로 본다"고 밝혔다.박 팀장은 "일각에선 미국의 안전자산 지위가 약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없진 않다"면서 "(S&P에 이어 피치까지) 3대 국제신평사 중 2곳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했으니 그렇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팀장은 "(반대로) 일각에선 S&P가 신용등급을 내린 지 10년 이상 지났고, 피치가 이미 경고했던 터여서 시장에 큰 변동성을 일으킬 만큼의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며 영향이 있더라도 제한적일 거라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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