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월 소비자물가 -0.3%…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 기록수출도 14.5% 급감, 3년5개월 만의 최저치… 中경제 빠르게 냉각'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닮았다 우려도… 재정·통화정책 변화 관건전문가 "시장 다변화해야"… KDI "CPTPP, 中의존도 낮추는데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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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침체가 심상찮다. 세계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과 싸우는 데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일본의 경기침체 시기와 닮아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진 않겠지만, 탈(脫)중국 플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과 비교해 0.3% 하락했다. 시장의 전망치(-0.4%)보다는 높았지만, 전달(0.0%)보다 내렸다. 중국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였던 2021년 2월(-0.2%)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올 1월 2.1%를 기록한 뒤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 6월 마이너스 전환을 예고했다.문제는 물가 지표가 금세 반등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도 7월 -4.4%를 보였다. 전달(-5.4%)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중국 PPI는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째 감소세다.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인플레와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과는 반대의 모습이다. 이는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반중 전선을 확대하며 반도체 공급 등 각종 무역 규제로 압박에 나서자 지난 2020년 중국이 소위 '쌍순환' 발전 전략을 내놓으며 내수를 강화하겠다고 했던 것과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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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삼두마차 중 하나인 수출마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날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4.5% 감소한 2817억6000만 달러(369조7000억 원쯤)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10월부터 감소로 돌아선 중국의 수출액은 올해 들어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지난 5월(7.5%) 이후 3개월째 역성장 중이다.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중국 전역에 디플레이션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철강, 시멘트, 화학제품 등 중국 공장이 만들어 내는 각종 제품은 가격이 내림세이고, 소비지출마저 가라앉으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7%대 초반)를 밑도는 6.3%에 그쳤다는 것이다.중국이 코로나19 시기 서구의 제품 수요로 수출이 급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엔데믹(풍토병 단계) 이후 수요 감소가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이 거세지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많은 경제전문가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안으로는 부동산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의 모멘텀(성장 추진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각에선 이런 모습이 과거 장기 침체의 길을 걸었던 일본의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 경고한다. 일본은 1990년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이 붕괴하면서 기업과 가계가 빚을 갚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위축된 소비는 다시 생산과 고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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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징후가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달렸다. 일각에선 중국이 충분한 내수 시장을 확보하고 있어서 재정·통화 정책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다.9일 국제금융센터가 주최한 '중국 경제 외부 전문가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완다, 헝다그룹 등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의 디폴트 위험 등 경기 하방 압력은 지속하겠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위기론'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경제학자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 적자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 추가적인 디플레이션은 피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5.0% 안팎 성장'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는 견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중국이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 같진 않다. 글로벌 경기둔화 선에서 궤를 같이한다고 본다. 펀더멘탈 자체가 흔들리는 건 아니다"면서 "(CPI 감소세는)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다는 얘기인데 방어적인 소비로 보이며 자동차를 보면 예년 수준의 소비를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중국 정부도 지난달 소비진작책을 내놨고 앞으로 더 경기부양을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각에서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는데 중국 경제 전체를 흔들 이슈는 아니다. (중국 정부가 한두 업체쯤) 꼬리 자르기 선에서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부연했다. -
다만 대부분 경제전문가는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탈중국 플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디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 수요도 동반 감소하며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에 대한) 구조적인 산업의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은 반도체 굴기 등으로 삼성전자나 우리 기업이 예전만큼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 기업으로선) 중국 시장을 대체할 새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일각에선 탈중국과 관련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 새로운 통상질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21년 1월 내놓은 KDI 포커스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시대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의 세계 가치사슬(GVC)을 강화하려는 통상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며 "동아시아 GVC에서 중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CPTT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일본 주도로 2018년 12월 발효된 CPTTP는 호주·멕시코 등 11개국이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2019년 기준 CPTPP 참여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12.8%인 11조2000억 달러, 무역 규모는 전 세계 무역액의 15.2%인 5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KDI는 "CPTPP 가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CPTPP는 회원국에서 생산된 어떤 중간재도 CPTPP 수출국의 자국 생산품으로 인정하는 '누적원산지 제도'를 채택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CPTTP에 가입하지 않으면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이 CPTTP 회원국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