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립정부, 연 70억유로·4년간 320억유로 법인세 감면안 발표제조업 비중 높아 수출부진에 역성장… 기업 투자 유도·경기활성화 복안한국은 巨野 눈치에 세법개정안 논의도 못해… 민주당 빚내는 추경만 주장
  •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
    수출 감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독일이 대규모 법인세 감면을 추진한다. 법인세 감면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 해 경기를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29일(현지시각) 이체벨레(DW)·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 연립정부는 연간 70억 유로(10조 원쯤), 총 4년간 320억 유로(45조9000억 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안에 정당들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면안은 중소기업에 총 4년간 한화로 46조 원쯤의 법인세 부담을 덜어줘 첨단 제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다. 전체 기업의 99%는 첨단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이다.

    독일 정부가 이런 대규모 감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수출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역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일은 유럽에서 제조업 생산량과 국내총생산(GDP) 실적이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GDP 대비 마이너스(-) 0.4%, 올해 1분기는 -0.1%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 2분기에도 0%로 플러스 전환에 실패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감세안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병든 경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독일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p) 인하하는 법인세 개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거대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막혀 1%p만 인하하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계는 국회의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며 올해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개정안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서 "법인세율 1.1%p(지방세 포함)를 내리면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장기적으로 3.97% 증가하고 실업률은 0.5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4일 기획재정부에 '2023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중견기업 세제 건의'를 제출하며 "글로벌 추세에 맞춰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낮추고, 구간별 법인세율을 과감하게 인하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소야대라는 정치 지형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법인세법 개정안을 추진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올해 세법개정안에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 ▲ 재정.ⓒ연합뉴스
    ▲ 재정.ⓒ연합뉴스
    야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감세에는 반대하지만, 지원금 등 사실상 현금 살포를 위해 나랏빚을 추가로 내자는 데에는 적극적이다.

    야당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안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도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견해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추경을 통해 수산업계에 실질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연초에는 난방비 추경을 주장하다가 이후 민생 추경, 수해 추경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추경 타령을 부르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른 수산업계 지원 추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기에 따라 추경 앞에 붙는 '명분'은 달라지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바는 한결같다. 수십조 원의 돈을 시장에 풀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여건은 녹록잖다. 29일 정부가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34조4000억 원(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4%)에서 내년 1196조2000억 원(51%), 2025년 1273조3000억 원(51.9%), 2026년 1346조7000억 원(52.5%), 2027년 1417조6000억 원(53%)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 세수 부족으로 재정수지는 악화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58조2000억 원(2.6%), 내년 92조 원(3.9%), 2025년 72조2000억 원(2.9%), 2026년 69조5000억 원(2.7%), 2027년 65조8000억 원(2.5%)이 될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일각에서는 경제가 어려우니 빚을 더 내서라도 현금성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미래세대의 빚 부담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이득을 얻겠다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