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계약 및 글로벌 사업 수익성 공개 등 요청올해 3월 주주총회 당시 내용과 큰 차이 없어… '새로운 무기'가 관건KT&G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
  • ▲ 지난 3월 열린 KT&G 주주총회ⓒ강필성 기자
    ▲ 지난 3월 열린 KT&G 주주총회ⓒ강필성 기자
    KT&G와 행동주의펀드의 공방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KT&G가 완승을 거뒀지만, 행동주의펀드가 다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G는 최근 행동주의펀드 아그네스가 제기한 회계장부 및 서류 등의 열람·등사 청구 가처분 소송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공시했다.

    아그네스는 올해 초 KT&G를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앞세워 압박했던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FCP) 이상현 대표가 대표이사로 있는 곳이다.

    이들이 보유한 KT&G 지분은 1%대로 알려졌다. 상법상 주주제안 자격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3% 이상 보유하거나 1% 이상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할 경우 갖춰진다.

    앞서 KT&G는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와의 표대결에서 승리한 바 있다. 당시 행동주의펀드들은 사외이사 선임건과 자사주매입 안건,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등을 요구했으나 30여개가 넘는 안건이 모두 가결되며 일단락됐다.

    당시 이상현 대표는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KT&G 이사회 손을 들어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잘 생각해서 전략을 보완하겠다”며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하는 만큼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가처분 소송의 쟁점은 KT&G와 필립모리스와의 계약 내용이 될 전망이다. 아그네스는 필립모리스와의 계약 내용과 해외 사업 수익성, 2022년 4분기부터 집행된 260억원의 컨설팅 수수료 내용과 관련된 서류와 이사회 회의록 열람을 요청했다.

    행동주의펀드는 지난해부터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자력으로 할 것을 제안해왔다. 현재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판매를 국내 경쟁업체인 필립모리스에 맡기고 있다. 올해 1월 KT&G는 필립모리스와의 해외 판매 계약을 15년으로 연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에도 행동주의펀드들은 필립모리스와의 계약 내용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KT&G는 1분기 실적발표 당시 투자자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처분 소송을 ‘시작’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필립모리스와의 계약 내용 공개 요청이나 마케팅 비용 공개 등의 요구는 지난해에도 있었던 만큼, 현재로서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행동주의펀드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만큼 KT&G를 압박할만한 새로운 무기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T&G 관계자는 “일부 주주가 제기한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면서 “그에 따른 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