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프라이데이' 손보기로수펙스서 변화 필요성 제안월 2회→1회 또는 폐지 가능성월 1회 SK하이닉스는 그대로최고 복지 후퇴… 직원들 반발 불가피
  • ▲ CES 2024 SK 전시관 전경 ⓒSK
    ▲ CES 2024 SK 전시관 전경 ⓒSK
    재계에서 가장 먼저 '주4일제' 근무를 도입한 SK그룹이 '해피 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이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에 뒤이어 삼성전자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며 호응을 얻었고 최근 포스코가 도입을 결정하며 주요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원조'격인 SK가 갑자기 축소 카드를 꺼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SK㈜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해피 프라이데이는 유연근무에 따라 평균 주 40시간 근무시간을 채운 경우에 한해서 한달에 한번이나 격주에 한번 주 4일 근무를 하는 제도다. 해당 주 금요일에 근무를 하지 않는 형태라 '해피 프라이데이'로 명명했다.

    SK그룹에선 지난 2019년 SK텔레콤이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어 SK㈜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주요 관계사들이 월 1~2회 금요일에 휴무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재계에서 SK그룹이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도한 이후 평가는 상당히 좋았다. 이 제도를 누릴 수 있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물론이고 제도가 시행된 각 산업분야에도 '주4일제' 바람을 몰고 올 정도로 분위기를 바꾸는데 SK그룹이 기여한 바가 컸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가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반도체업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인재 쟁탈전이 한창이던 당시 SK하이닉스 직원들이 해피 프라이데이를 사내 최고 복지로 꼽을 정도로 만족하면서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업계 1위이자 국내에서 반도체 인재를 흡수하는 블랙홀 같은 존재였지만 SK하이닉스가 내세운 해피 프라이데이 복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패밀리데이'를 신설해 매달 월급날인 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에 직원들이 쉴 수 있게 됐다.

    삼성의 도입으로 주4일 근무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포스코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포스코는 지난 22일부터 '격주 주4일제형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했다. 첫 격주 금요일 휴무는 오는 2월 2일이다.

    현대차그룹 노동조합도 주4일 근무 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주4일제 근무를 도입한 기업들도 사무직을 중심으로만 시행하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는 이번에 전주와 아산 공장 생산직에도 주 4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오는 2025년까지 완전한 시행을 약속했다.

    이렇게 격주나 한달에 한번 금요일 근무를 없애는 바람이 재계 전반에 거센 가운데 오히려 원조격인 SK그룹이 해당 제도를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축소나 폐지 등의 강경책을 내놓을지 여부는 미정이지만 새로 들어선 SK수펙스 추구 협의회에서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점진적으로 손 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열사별로 제도 수정의 폭이 달라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가 여전히 인재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삼성이라는 막강한 경쟁사를 두고 있는 탓에 현행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대신 SK 수펙스와 SK㈜, SK스퀘어 등 비사업회사를 중심으로 제도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누구보다 SK그룹사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해피 프라이데이가 직원들이 꼽는 최대 복지이고 재계 전반에서 제도를 신설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탓에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경우 직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