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출신 이재현 부사장 영입 후 유출 인력 새 조직 안착새판 짠 삼성證도 조직 안정화…실적도 양호국내 출신 IB 홀대 논란 여전…조직 성과·방향성 평가 '유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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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삼성증권을 떠났던 핵심 IB(투자금융)맨들이 기대감 속에 새 둥지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업계 시선이 쏠린다. 글로벌 IB 출신 이재현 부사장 영입 이후 소위 '토종' IB 홀대 논란과 인력 유출로 어수선했던 삼성증권도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는 평가다.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하나증권은 삼성증권 IB본부장 출신 정영균 부사장을 IB그룹장으로 선임했다. 정 부사장 과거 하나대투증권 시절 인수금융 및 M&A 자문·주선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이후 지난 2015년 삼성증권으로 둥지를 옮겨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나기까지 회사의 IB 부문 외연 확장을 이끌었던 대체투자 전문가로 꼽힌다.정 부사장은 WM(자산관리) 강자인 삼성증권이 IB 부문까지 균형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증권이 2017년 초대형IB로 인가 받았을 때 대체투자를 개척해 IB를 강화했다.업계는 정 부사장의 친정 귀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JP모간·BNP파리바 등 글로벌 IB 출신 이재현 부사장이 영입된 이후 줄줄이 회사를 떠났던 핵심 인력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올 초 삼성증권 IB본부는 그간 두각을 나타내며 조직 기여도가 높았던 인물들이 대거 이탈한 바 있다.정 부사장을 포함해 당시 조직의 굵직한 변화 속에 계약 만료로 결별했거나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났던 핵심 인력들이 속속 새 둥지에 안착하고 있다.앞서 유장훈 전 기업금융1본부장은 지난 6월 유진투자증권 IPO실장으로 복귀해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 실장은 업계 내 실력을 두루 인정받은 핵심 IB다. 유 실장은 카카오페이 등 빅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등 IPO 시장에서 존재감이 작은 하우스로 여겨졌던 삼성증권을 리그테이블 순위권으로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된다.유 실장은 유진투자증권 IB 조직 새 판 짜기에 한창이다. 회사는 단일 부서 체제였던 IPO실 내 IPO2팀을 신설, IPO1팀과 2팀으로 확장하는 조직 개편을 이달 초 단행했다. 삼성증권에서 유장훈 본부장과 합을 맞췄던 지원일 팀장도 최근 유진투자증권에 합류해 IPO2팀을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증권이 바이오 IPO 명가로 불리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김원제 전 IB부문 부장도 KB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겼다.서울대 약학대학에서 학사와 석박사를 졸업한 김 본부장은 삼성증권에서 셀리드, 매드팩토, 압타바이오 등의 상장을 성공시키면서 주목받았다. KB인베스트먼트는 올해를 바이오 투자 적기로 판단하고 심사역을 보강하는 등 바이오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외국계 헤드의 토종 홀대"…조직 성과 '유보적'
삼성증권은 올해 IB 조직 안정화에 주력했다. 지난해 9월 부문 헤드로 부임한 이재현 부사장이 영입된 이후 조직개편 등 크고작은 변화 속에 그간 본부의 주축이 된 인물들이 잇따라 조직을 떠나면서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상당 기간 공석이던 본부장 자리는 내부 인사인ECM 1팀 부서장인 이기덕 이사를 캐피탈마켓(CM) 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분위기 수습에 나섰고, WM(자산관리) 법인 고객의 성장 전략으로 IPO를 제안하는 WM-IB 협업 모델에 집중했다.
당장 올해 성과는 양호하다는 평가다. 하반기 들어 주춤하지만 상반기만 놓고보면 삼성증권은 IPO 주관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IPO 공모총액은 1515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1401억원), 미래에셋증권(1263억원)을 앞질렀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글로벌 IB 출신의 토종 홀대라는 평가 속에 여전히 내부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외국계 헤드를 데려오는 건 삼성의 문화"라면서 "장석훈 사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들은 잘나가는 S급 인재를 영입하면 그룹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삼성증권이 외국계 IB를 영입해왔지만 돋보이는 성과를 낸 적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IB본부 한 임원은 "국내 증권사 IPO 조직은 계속 진화해왔고, 시장에서 직접 겪으며 차곡차곡 성장해온 인력들은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서 "외국계 IB 출신들이 그걸 이해하는 게 쉽진 않았다. 영입 인사 입장에선 경영진이 원하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텐데, 대표적인 게 기존의 것을 뒤흔드는 조직개편"이라며 "누군가는 혁신이라고 하겠지만 그동안의 IB본부 역사를 보면 결과론적으로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증권 IB본부의 성과와 방향성에 대해선 개편된 지 1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유보적인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IB본부 한 임원은 "조직은 수많은 사람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헤드의 변화로 단기간에 본부 실적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인력이 떠나든 남아 있든 그 조직에서 수년간 물밑작업 했던 것들이 훗날 열매를 맺는 것도 많다"면서 "현재의 성과가 새로운 리더십, 사업 방향성에 따른 성과라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