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술과 형평성 고려해 국산 술 과세 때 유통·판매비용 일부 차감소주·위스키 등 증류주 대상, 주류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
  • ▲ 소주.ⓒ연합뉴스
    ▲ 소주.ⓒ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소주 등 국산 주류에 대해 유통·판매관리비용 일부를 제하고 세금을 매겨 수입 술과의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주 가격을 내리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국산 주류 과세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주세법 시행령'과 '주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 한다고 1일 밝혔다.

    개정안은 국산 주류에 세금을 매길 때 출고 가격에서 유통·판매관리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정 비율만큼 빼주자는 내용이 뼈대다. 적용 대상은 종가세(가격의 일정 비율만큼을 과세) 부과 대상인 소주 등 국산 증류주다.

    기준판매율은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다. 자동차 개별소비세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과표 기준이 달라 역차별 논란이 있었다. 국산차는 제조비용과 판매 이윤, 유통비용을 과표로 하는 반면 수입차는 수입 신고가격만을 과표로 삼아 왔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7월부터 국산차에 기준경비율을 적용해 국산차의 세 부담을 줄였다. 국산차 기준판매율은 18%로, 제조비용과 판매 이윤, 유통비용을 모두 더해 나온 반출 가격의 18%를 덜어내고 개소세를 부과한다. 그만큼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역차별 논란이 있는 주세에도 적용하자는 게 이번 주류 기준판매비율 도입의 핵심이다. 수입 주류는 수입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해 주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국산 주류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이윤까지 더한 가격을 과표로 해 세금을 부과한다. 이런 역차별 논란에 맥주는 지난 2020년 과세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었다.

    종가세는 주류가격이나 주류 수입업자가 신고한 수입 가격에 주세율을 곱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종가세를 적용하는 경우 제품의 가격이 낮으면 과세하는 주세가 낮다. 반면 종량세는 출고하는 주류의 양에 따라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부과한다. 종량세를 적용하면 주류가격이 달라도 주종과 출고량이 같다면 주세가 똑같이 적용된다.

    종가세를 적용하는 주류는 소주, 위스키, 브랜디, 리큐르 등 증류주이다. 주세율은 72%다. 종량세는 맥주와 약주, 청주, 과실주, 탁주 등에 적용한다.

    소주를 예로 들면 소주는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광고비·인건비), 이윤을 더한 금액을 과표로 잡는다. 여기에 72%의 주세율을 곱한 뒤 주세의 30%를 또 교육세로 부과한다. 공장 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모두 합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이 공장 출고 가격이다. 하이트진로 참이슬(360㎖) 1병의 공장 원가는 548원이다. 주세는 395원, 교육세는 118원, 부가세는 106원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총 1167원이다. 소주 1병에 부과되는 세금이 619원으로 공장 원가보다 많다.

    반면 수입 증류주는 판매관리비나 이윤을 포함하지 않은 수입 신고가격(원가)과 관세만을 더한 가격에 주세를 부과한다. 만약 수입 증류주의 수입 신고가격이 400원이라면 가격경쟁력에서 국산 소주가 불리한 구조다.

    정부는 종가세 과세방식에 기준판매율을 도입하면 통상마찰 우려 없이 역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소주 가격 인하 효과도 볼 수 있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26일 국정감사에서 국산 증류주에 기준판매율을 도입하자는 여당의 주장에 "국세청과 관련 전문가 얘기를 들어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준판매비율은 국내 제조주류의 주종별 원가, 유통구조 등을 고려해 국내 유통 관련 판매관리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세청에 마련된 기준판매비율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입법을 마쳐 내년 1월1일 출고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