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년 가격조정 빈도는 15.6%평균 인상폭 20∼25% … 인하율 15∼20%'그리드 인플레이션' 미미 … 정부·소비자 의식물가 상승 수준별 가격조정 행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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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용 압력 등에 대응해 6개월에 한 번꼴로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빠르게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가격조정(인상·인하, 농수산물 제외) 빈도는 2018∼2021년 월평균 11.0%에서 2022∼2023년 15.6%로 올랐다. 가격조정 빈도는 해당 기간 가격조정 기회들 가운데 실제로 기업이 인상·인하를 단행한 횟수의 비율을 뜻한다.

    이 빈도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상품가격 유지 기간은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줄어든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에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부터는 한 해 2회꼴로 올렸다는 의미다. 인상폭은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로 팬데믹 전과 비슷했다.

    다만 물가 상승 시기를 틈타 기업이 비용 상승분보다 제품 정가를 더 높이는 일명 '그리드(탐욕) 인플레이션' 현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p) 오르면 개별 품목의 가격 인상 빈도 역시 약 1%p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가 기업에 대한 인상 자제를 주문했고, 기업들로서도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과 불매심리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수준에 따른 기업의 가격조정 행태의 차이는 존재했다. 물가 상승률이 4∼5%대로 높은 시기에는 같은 비용 충격(유가·곡물가 상승 등)에도 기업들이 인상 빈도를 더 늘렸고, 해당 충격은 물가로 빠르게 전이됐다.

    보고서는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 및 민감도, 경쟁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기업들은 가격 인상 시 '폭'보다는 '빈도' 조정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과 가격 인상 빈도 간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전후로 인상 빈도의 증가율이 높은 생필품은 대체로 조미료·식용유지, 축산·수산물 가공품 등이었다. 해당 품목들은 수입 원재료의 비중이 커 비용 압력을 많이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동재 한은 물가동향팀 과장은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수준(2%)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향후 새 충격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 변동 폭이 물가 안정기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물가 상황을 판단할 때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지도 지속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