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국가재정전략회의서 개선 방안 논의첨단분야 기술경쟁력 확보 차원"아직 세부 내용 결정된 바는 없어"尹정부, 예타 대상 500억→1000억원 상향 등 개선 의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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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급변하는 첨단산업 분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지적한 지 10개월 만이다.기획재정부는 28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정부는 R&D다운 R&D 투자 강화를 위해 관련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라며 "세부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이날 알려진 바로는 기재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음 달 열릴 예정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R&D 예타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비롯해 R&D 예타 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범부처 차원에서 R&D 사업을 통합 심의하는 제도를 도입해 부처 간 중복·유사 R&D를 방지하고 이른바 부처별 '예산 나눠 먹기' 관행도 막는다는 게 골자다.예타 제도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을 사전에 방지해 혈세 낭비를 막으려고 DJ(김대중) 정부 때 도입했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국가사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도로·항만·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R&D 예타는 과기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담당한다.정부가 R&D 예타 개편을 검토하는 배경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경쟁이 촌각을 다투며 치열해지는 가운데 예타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산업계 불만과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사업을 진행할 지 여부를 따지는 조사만 통상 7개월쯤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게 8년간 9960억 원을 투자해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양자 과학 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 등이다. 과기부는 지난해 4월 예타를 신청했지만,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다음 달 통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R&D를 신속하게 추진하되, 예타 폐지가 무분별한 재정 낭비로 이어지지 않게 사후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R&D 시스템 개선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던 R&D 카르텔을 혁파해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부처 간 예산 나눠 먹기 등 국가 R&D 체계의 비효율을 지적한 바 있다.윤 정부는 앞선 2022년 예타 개편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예타에 보통 1년 이상이 걸려 시급한 사업 추진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신속예타절차'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사업 중 구체적 사업계획이 세워져 있고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의결된 사업은 신속예타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통해 예타 대상 선정과 조사 기간을 4개월 단축한다는 복안이었다.'총사업비 500억 원, 국비 300억 원'으로 23년간 고수해 온 예타 대상 기준은 SOC와 R&D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 1000억원, 국비 500억원'으로 상향한다고도 했다.아울러 예타 통과 여부를 가르는 경제성(B/C) 분석도 개선한다는 방침이었다. 도로·철도의 경우 기존 운행비용·통행시간·환경비용 절감 등의 편익에 더해 통행 쾌적성 향상, 수질오염개선 등의 편익을 추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