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상위 5개사 당기순익 1조2158억원직전 분기 대비 완연한 회복세…'밸류업' 증시 활기 영향당국 PF 구조조정 방침…2분기 충당금 반영 커질듯
  • 올해 1분기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투자자산 손실 인식이 지속되면서 회복세가 더뎠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는 올해 1분기 1조215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조776억 원) 대비 12.8% 증가한 수치다.

    특히 80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직전 분기와 비교할 때 회복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규모 충당금 적립금 반영으로 무더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만에 대형사들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인 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거래대금이 늘어난 덕이다.

    실제 연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을 발표한 후 국내 주식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월(19조3709억 원)부터 3월(22조7400억 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저조했던 거래대금이 올해 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금리 인하 기대 등 다양한 이벤트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연일 20조 원을 상회하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외화 거래대금도 다시 증가하며 브로커리지 실적 증가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3687억 원을 기록하며 빅5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자, 전년 동기(2621억 원) 대비 40.7%나 증가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직전 분기에 국내·외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이 반영돼 26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실적은 거래대금이 늘면서 브로커리지·기업금융 수수료 수입이 늘어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1분기는 김성환 대표의 취임 후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직전 분기 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증권도 올해 1분기엔 253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시장 기대치(1739억 원)보다 46% 상회한 어닝서프라이즈다.

    삼성증권의 강점인 브로커리지 부문의 업황 호조가 이어진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브로커리지 수수료손익은 직전 분기 대비 60% 늘었는데, 국내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해외주식 예탁자산 및 거래대금 증가 등으로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의 수수료 손익이 각각 52%, 86%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225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증권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전분기(890억 원) 대비 153%, 전년 동기(1841억 원)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이는 브로커리지 부문은 물론 여전채 대표주관 1위, 유상증자 주관 1위, 기업공개(IPO) 주관 2위 등 증권업계 최상위권 성과를 유지하면서 IB부문이 호실적을 낸 결과다.

    특히 NH투자증권은 NH농협그룹의 순이익 중 35%가량을 책임지며 그룹 이익 체력을 유지하는 데 효자 노릇을 했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한 1989억 원을 달성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784% 늘어 실적을 정상 궤도로 올려놨다. 위탁매매 수익 확대와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가 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투자자산 평가손실 및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지난해 4분기 158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1분기엔 170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직전분기와 비교해선 실적이 크게 늘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28% 감소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실적이 역성장한 건 빅5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수수료와 운용이익이 회복됐음에도 해외 투자자산 손실 인식이 지속되면서 타사 대비 실적 회복세가 더뎠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와 관련한 고객의 편의성 증대를 도모하고 글로벌 우량자산에 대한 분산투자 문화를 확산시키며 성장을 도모했다"며 "미래에셋증권은 지속가능한 수익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사업 추진전략을 구체적으로 이행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증시 호조에 선방했던 증권사들의 실적은 2분기엔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시행하는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은 새로운 사업성 분류 기준을 적용해 부실 우려가 큰 PF 사업장에 대해 재구조화와 자율매각, 상각, 경·공매 절차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국에 따르면 현행 사업장 등급이 가장 낮은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가량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는데 새 기준에선 충당금을 75% 수준으로 쌓아야 한다.

    이에 증권사들이 추가적인 평가손실 발생이나 충당금 적립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투명해진 금리 방향성 및 당국의 부동산 PF 구조조정 방안 등 고려 시 부동산 PF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우려가 여전히 짙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자본 대비 증권업은 자본 대비 부동산 PF 노출 금액 비중이 37.4%, 연체율은 13.7%다. 이에 따른 증권사들의 충당금 적립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