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폭염주의보 발령 후 수도권·전남·경상도로 번져이상기후, 농산물 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압박 가능성전문가 "기후위기 문제 해결할 장기 정책 뒷받침 돼야"
  • ▲ 여름철 폭염으로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오르고 있다.ⓒ뉴데일리DB
    ▲ 여름철 폭염으로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오르고 있다.ⓒ뉴데일리DB
    때이른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기후변화에 민감한 식료품의 생육과 수급에 문제가 생겨 전체 물가가 오르는 '기후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두달 연속 2%대에 안착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닌 만큼 작황 부진에 따른 농산물 물가 상승이 식료품 가격에 영향을 줘 물가 부담을 키울수 있다. 정부 당국은 여름 재해에 취약한 농산물과 농가에 대한 집중 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11일 환경·기상당국에 따르면 전날 대구·울산 등 영남 일부 지역에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지난해 첫 폭염주의보 발령일이 6월 17일인데, 올해가 약 일주일 빨랐다. 폭염주의보는 11일 오전 10시 기준 경기도 용인, 전남 담양과 곡성, 경상도까지 번졌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한국·미국·영국 등 12개국이 제공한 기후예측모델을 종합해 내린 전망에서 한국의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74~80%로 예측했다. 

    여름 재해로 농산물이 작황 부진을 겪으면 수급 문제로 인해 농산물 가격 급등을 일으킬 수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6~7월에만 이상기후로 7만1000헥타르(㏊)의 농경지 침수가 발생했고, 그해 7월 과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올랐으며, 8월에는 13.1%가 올랐다. 채소류도 7월 7.1%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는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도(℃) 상승·하락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0.04%포인트(p) 상승하고,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미리미터(mm) 증가·감소하는 경우 0.07%p 증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계절 특성상 여름철에 온도와 강수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폭염 등 이상 기후가 더 뚜렷해지면서 정책적 대응도 요구된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폭염·호우 등 이상기후는 앞으로 심해져 기후인플레이션 문제는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뒷받침 돼야한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름 재해에 대비해 농산물 대비 점검을 농가에 철저히 하도록 하고, 여유 물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배추나 무, 상추 등 이상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 위주로 비축량,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고 출하지원금 등 재정 지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군을 통해 폭염·호우 대비를 위한 품목별 대응 방안을 농가와 농업인에게 안내하고 있으며, 폭우 대비 배수로 점검도 사전 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