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16회·농협 12회·KB·하나 9회·우리 6회 … 은행별 월 1~2회 정기 심의금감원 "원금손실 위험 검토" 주문에도 제한적 제어ETF 판매 62.9조원·코스피 25% 조정 속 투자자 손실 우려 확대"횟수보다 무엇을 걸러냈나" … 고위험 상품 심사 실효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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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총 52차례 열었지만 ETF 판매를 제한한 사례는 4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손실과 규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고위험 투자상품 내부통제 실효성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1~6월) 비예금상품위원회를 모두 52차례 개최했다. 신한은행이 16회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이 12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9회, 우리은행이 6회였다. 대부분 은행은 월 1~2회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열어 투자상품의 판매 적정성과 소비자 보호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비예금상품위원회는 ETF와 특정금전신탁, 공모펀드 등 예금 외 투자상품의 판매 여부와 판매 조건을 심의하는 은행권 내부통제 기구다. 상품 구조와 원금손실 가능성, 투자자 적합성, 설명의무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판매 승인과 판매 조건 변경, 판매 제한 여부를 결정한다.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은행권의 사실상 최종 판매 심의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ETF·ELD 판매 증가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하고 리스크 관리 및 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당시 금감원은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원금손실 위험 등을 면밀히 검토해 판매 대상 ETF를 선정하고, 위험등급별 판매 한도와 시장 상황 안내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신탁 및 중도해지 수수료 등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에 대한 설명을 강화하고 판매 이후 사후관리도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상반기 기준 실제 판매 제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하나은행이 3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이 1건이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판매 제한 사례가 없었다. 금융당국이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내부 심의 강화를 주문한 상황에서도 실제 판매를 제한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점에서 비예금상품위원회의 실효성을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판매 제한 건수만으로 내부통제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기 전부터 내부 체크리스트와 가이드에 따라 여러 차례 사전 검토를 거친다"며 "위원회는 최종 심의 단계인 만큼 상정되는 상품 대부분은 이미 위험성과 판매 적정성 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비예금상품위원회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ETF 판매액은 신탁 기준 62조 9106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 논란 속에 코스피도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9114.55에서 최근 6800선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약 25% 하락했다. 투자상품 판매가 급증한 만큼 내부 심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투자자 쏠림과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폐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등 규제 논의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비예금상품위원회의 역할도 단순한 개최 횟수가 아니라 실제 고위험 상품을 얼마나 걸러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위원회를 몇 번 열었느냐보다 어떤 상품의 판매를 제한했고 어떤 조건을 부과했는지가 소비자 보호의 핵심"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논란을 계기로 비예금상품위원회의 심사 기준과 판매 절차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