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 아닌 토잉카 '견인' 상황... "항로로 보기 어려워"여론 휩쓸려 법 자의적 확대 해석할 경우 더 큰 사회적 문제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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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경제 이보영 기자

    [취재수첩] 30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리는 가운데,'땅콩 회항'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법원은 구속 수사를 결정했고, 현재 32일째 남부구치소에서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잘못은 분명히 돌이킬 수 없다. 엄격한 법의 잣대 역시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법의 '확대 해석'으로 인해 남들과 똑같은 객관적인 잣대가 아닌, 조금 더 매서운 기준이 세워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항로변경죄'가 성립되느냐의 여부다. 검찰과 조 전 부사장측이 '항로변경죄'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보이는 이유다.

    항공보안법 제42조에 따르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운항을 방해 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결국 이 죄목의 성립 여부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은 '징역 최대 10년'이라는 최악의 수를 피하지 못할 수 있어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 측은 항공기가 출입문을 닫고 탑승교에서 떨어진 시점부터 항로가 시작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항공기 문을 닫으면 그 항공기는 운항 중이라는 항공법(2조1호)에 따라 운항 중인 항공기를 위력으로 돌린 것에 대해 '항로변경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활주로를 이륙한 후 일정 고도(약 200m)에 오른 뒤부터 항로가 시작된다는 입장이다.

    기자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 사전에 '항로'를 검색해봤다. 항로(航路)란 '항공기가 운항하기에 적합한 공중의 통로' 혹은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를 일컫는다고 한다.

    '항로'의 개념이 바로 여기서 갈린다. 공항 내 계류장을 과연 '항로'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흔히 자동차 주차장이나 버스터미널과 다를 바 없는 이 공간을 '항로'로 보느냐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항공기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엔진과 바퀴를 가진 운송 수단중 하나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아파트의 관리 및 이용상황에 비춰 1. 그 부분이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인지, 아니면 2.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1번의 경우는 '도로'에 해당하며, 2번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한 식당 주차장에 세워 있던 차를 운전한 무면허 운전자가 접촉 사고를 낸 것에 대해 실내 주차창은 도로가 아니라고 판단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운전이라 함은 도로에서 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바 있다.

    공항 내의 '계류장'과 비슷한 주차장의 경우, '도로'로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는 사례에 따라 의견이 나뉘고 있다.

    도로교통법과 항공법은 엄연히 다르지만,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이와 비슷한 경우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얼마 전 대한항공 측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이 타고 있던 비행기는 공항 내 계류장에 머물고 있었으며, 토잉카(비행기를 미는 차)에 의해 17m가량 후진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항공기는 엔진을 켠 후 자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토잉카에 의해 끌려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항공기 자력이동이 항로의 기준이 된다면, 항공기가 활주로로 자력 이동을 시작하는 유도로(TAXI WAY)가 바로 항로의 시작인 셈이다. 

    두 번째로 따져봐야할 문제는 바로 항로변경죄다.

    만에 하나 토잉카에 이끌려 오고 간 계류장도 '항로'라고 인정한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과연 변경죄를 적용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항로 변경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항로로 진입한 후 비행기의 기수를 무단으로 돌려야 한다. 확실히 이 대목이 성립되려면 공항 관제소의 허락이 없는 상태에서 무단으로 항로 변경이 됐어야 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기장에게 램프리턴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압적으로 기장에게 리턴을 지시했더라도 기장이 관제소의 허락을 받아 리턴을 행한 것이므로 불법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하기 위해 이륙하려던 항공기를 '램프 리턴'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나 이륙 자체를 막으려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박창진 사무장을 내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항공기의 이륙을 막고 정상 궤도를 진입하려는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시켜 정상적인 운항을 저지시키려던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조 전 부사장이 목적지 자체를 바꾸려고 했다거나 관제소의 허락도 없이 항로를 변경하려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항로변경죄의 성립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쟁점사안에서 두 가지 빠진 부분이 있다면 항공기의 '자력이동'과 '공항지역 이동'이라는 부분"이라며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자력으로 이동을 했다면 항로의 범주로 확대 해석이 가능할 수 있지만, 해당 항공기는 '자력'이 아닌 지상조업차량에 의지해 계류장 내에서 움직였으므로 항로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상조업 차량에 의지해 항공기가 연결된 상태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검찰 주장처럼 '항로'로 규정을 한다면 공항의 계류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은 항로를 방해하는 셈"이라며 "만약 계류장에서 항공기가 고장나 견인하기 위해 지상조업 차량이 진입하면 사실상 '항로'에 끼어드는 것으로, 지상조업 차량 운전자 모두 항공법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형법에서의 확대 해석이나 유추 해석을 철저히 금기시 한다. 
    조 전 부사장의 무례한 행동은 전국민의 공분을 샀고 현재 그 벌을 받고 있지만, 사법부가 법의 기준을 벗어나 여론의 분위기에 휩쓸려 법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할 경우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