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상법개정안, 기업 족쇄 만들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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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대기업 대주주의 권리를 대폭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9일 재계와 일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야권은 당장 임시국회를 통해 법인세율 과세표준 200억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 현행 22%인 법인세율을 평균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계와 일부 여당 의원들은 합리적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6개 조항은 건전한 경영권까지 위협할 여지가 크다며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재계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경영이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안과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야당의 움직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토론없이 한쪽의 주장만을 담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 침해 등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법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 개정안"이라며 "여러가지로 규제만 늘어나 기업을 옥죄게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일감몰아주기, 벤처·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를 강력히 규제해야겠지만, 대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경영권은 보호해줘야한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은 "대기업의 경영권은 확실하게 보호해주고 투명성은 높여 대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한다"며 상법개정안 반대를 주장했다. 
 
정 의원은 "지금 가장 시급한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지 정치권에서 나서서 왈가왈부 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권 안정이 시급한 상태다. 대기업 편들기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야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상법개정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 투기세력에 대한 빗장이 풀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뭐하나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는 연속으로 이어지는 물레방아 같은 순환구조로 경영권 확보가 돼야 경영정상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경영투명은 정치권에서 법으로 제정하지 않아도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투명하게 관리 할 수 있다"면서 "경영 정상화를 시킨 후 기업간의 경쟁을 통해 투명한 기업을 만들어야지 법만 제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장경제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조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사유재산과 사적자치로 압축되는 시장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족쇄가 돼서는 안된다"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입법은 헤지펀드에게 우리 기업 빗장을 풀어주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재원 부연구위원도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황재원 부연구위원은 "경영권 방어권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헤지펀드 공격이 이뤄지면 단기 차액만 얻고 철수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행동주의 투자 전략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적은 지분율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공격으로 단기 차익거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적은 지분율을 갖고도 기업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상법 개정안으로 오히려 대형 펀드들의 입김만 키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경제민주화와 상관없이 전체 기업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