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공세 속 공전하는 논의…소비자·환자단체-국회도 조심스러운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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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법 무산을 위해 한의계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협회장 탄핵 이후 직무대행 체제인 한의계는 추진 동력을 잃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한의사가 X-레이 등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온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중심으로 최근 반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의협은 내달 10일 예정된 '문재인 케어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앞서 해당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뿐 아니라 영상의학과, 신경과, 내과 전공의들도 잇따라 대국민서신문을 통해 현대의료기기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가 최근 협회장 탄핵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면서 의사협회는 더욱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도 한의사협회 내부사정 등을 이유로 논의를 잠정 보류한 상태로 전해졌다.


    한의사협회도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최근 직무대행 체제 내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비대위 측은 최근 정부와 국회 등 대관업무에 힘을 쏟고 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현대의료기기법은 여느 집행부와 상관 없이 한의계 숙원"이라면서 "오늘도 상임위원들을 만나 정책 설명을 했다.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도 만나려 한다. 강한 투쟁의 방식 대신 순리대로 풀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의-한 갈등 속 현대의료기기 한의사 허용 논의, 공전의 연속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여부는 지난 19대국회에서부터 적극 논의돼왔지만 수년째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월 법안(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발의된 만큼 오는 20일 전체회의를 통해 자동적으로 법안상정을 한다는 방침으로, 현재 각 협회는 물론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 정부 등 의견을 청취 중에 있다. 다만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서조차 협회들의 정치공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한 의원에 대해 압박 수위가 너무 강하고, 왜곡 정도가 지나치다"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물고뜯기니 입장이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입법조사관은 "법문상 안전관리책임자의 범주에 한의사들을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협회가 이를 극단화해서 호도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첨예하다보니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 역시 이에 대한 견해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각 협회들이 환자의 안전과 편의라는 상반된 이유를 제시하며 찬성과 반대를 제기하지만 결국 정치적인 셈법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협회의 밥그릇싸움에 소비자나 환자의 입장이 악용될 수 있다"면서 "환자는 명목상의 이유에 불과하고, 속내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함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