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SOC예산 감축'… 실질 GDP 부진 이어져'유급휴가-재배치' 등 자구책 모색 불구… "조직 슬림화 불가피"
  • ▲ 서울 강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건설중장비 차량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 서울 강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건설중장비 차량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 경기 침체의 저지선이었던 건설 부문의 위축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건설투자와 건설 부문 성장률 모두 20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실질 GDP는 400조234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이는 금융시장 전망과 비슷한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0%로 간신히 1%를 넘겼으나, 2분기에 0.6%로 내려간 데 이어 3분기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세부 내용도 2분기와 흡사하다. 수출은 반도체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갔고,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건설과 설비투자 조정이 계속됐다.

    성장률 부진의 원인은 투자 부문이 빠른 속도로 위축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규모 투자의 주인공이었던 반도체의 슈퍼 호황이 일단락된 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으로 건설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건설투자는 전분기보다 6.4% 감소해 IMF(외환위기) 때인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영향과 SOC예산 감축으로 건물·토목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건설업 자체의 성장률 역시 마이너스(-) 5.3%로, 역시 1998년 2분기(-6.0%) 이후 최저치였다.

    설비투자도 크게 줄었다. 3분기 설비투자액은 36조1241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4.7% 감소했다. 운송장비는 철도 노후차량 교체 등으로 증가세가 나타났지만, 최근 2~3년 큰 폭으로 늘었던 반도체 부문의 투자가 줄면서 전체적으로는 감소세를 보였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전 정권에서 건설투자로 경기를 부양한데 따른 기저효과로 건설투자는 위축되는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설비투자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가 좋으면 정부의 규제에도 투자를 하겠지만, 경기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투자가 당장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미 지난달 중순 수정경제전망에서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 0.6%에서 -2.5%로 낮췄다. 이에 따라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1.2%에서 -0.3%로 조정됐다. 건설투자(-0.5→-2.3%)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2.7→2.5%)의 연간 증가율 전망치도 떨어뜨린 상태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성장률 눈높이를 줄줄이 낮췄다.

    바클레이스는 성장률 전망을 올해의 경우 2.8%에서 2.7%로, 내년은 2.7%에서 2.6%로 각각 낮췄다. 씨티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2.7%, 2.5%로 각각 0.1%p씩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올해 성장률 전망은 2.9%에서 2.7%로, 내년은 2.7%에서 2.5%로 0.2%p씩 낮췄다.

  • ▲ 서울 마포구의 한 소규모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 서울 마포구의 한 소규모 공사 현장. ⓒ성재용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건설수주 감소세에 국내 경제 상황도 악화되면서 대형건설사는 물론, 다수의 중견건설사들도 인력과 조직 슬림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림산업이 지난 3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1~2개월의 무급휴가를 실시한 데 이어 대우건설은 이달 초 플랜트 부문 정직원 1200명에 2개월간 유급휴가를 시행했고 SK건설은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다른 대형사들도 해외 부문을 필두로 주택이나 공공 부문 등까지 조직슬림화와 인력 감축을 위한 유·무급 휴가나 명예퇴직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상시적인 구조조정체계를 가동 중이지만, 올해 수주나 내년 이후 경기 전망이 예상보다 훨씬 나쁜 수준이다 보니 '몸집'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부분을 도려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건설사 역시 마찬가지다. 중견사들이 주력으로 하는 주택(민간)이나 공공 부문을 비롯해 민간투자시장까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업체 상당수가 기존 조직과 인력의 운용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새로운 업종을 추가하거나 계열사 등을 통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고, 몇몇은 올 연말을 전후해 자체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올해 수주가 크게 줄면서 준공 현장 인력의 재배치 문제가 걱정"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현장이 늘어날 것 같지 않아 슬림화 작업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을 비롯한 연구기관은 최근 건설업의 고용지표도 구조조정을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부진이 수개월째 계속되는 와중에서도 건설업 취업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신규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9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6만명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측은 "지난 2~3년 주택시장 호황으로 인한 입주물량 증가와 대규모 토목공사들의 준공시점이 다가오면서 건설업 취업자 수가 계속 늘어났다"며 "그러나 앞으로의 건설투자 전망이나 수주감소 등 선행지표를 고려하면 취업자 수는 가파른 감소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 '내수 부진 방어를 위한 경제심리 회복 시급'을 통해 최근 200만명을 넘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 10년 평균 172만명에 비해 30만명 이상 많은 수준으로, 경기 여건을 고려하면 사실상 '포화' 상태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부동산시장의 급랭 방지나 적정 규모의 SOC 투자 확대 등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업계 스스로의 구조조정을 포함해 취업자 수의 급격한 감소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