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는 목소리로 5분간 최후진술"사익을 위해 주주를 속일 의도 없었다""국민 기대 수준 못 미쳤다" 고개 숙여"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항소심 선고 내년 2월3일로 확정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랑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해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국민의 사랑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온전히 집중할수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13명과 삼정회계법인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오후 7시 30분부터 5분간 최후 진술을 했다. 그는 준비한 A4용지 2장을 꺼내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올해 1심 판결을 받을 때가 떠올랐다”면서 “3년 넘는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안도감보다는 사실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과 저에게 보내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마음속 깊이 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곳곳에 여러 사업가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을 뛰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하지만 저는 회사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했다”며 “이번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두 회사에 분명히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개인적 이익을 위해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투자자를 속이거나하는 의도는 결단코 없다.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온 다른 분들은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근 들어 삼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거 잘 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어려움도 삼성은 이겨낼 것이라고 격려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많은 분들의 걱정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면서 “저희가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하겠다. 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