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더불어 고등교육-R&D 고사 위기
  • ▲ 지난 7월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류장수 위원장(오른쪽)이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7월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류장수 위원장(오른쪽)이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인상되는 상황에서, 대학가에서는 조교·근로학생 배치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의 경우 동결 추세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입은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반면 임금 인상이 예고되면서 한정된 예산으로 현재 인력 수준을 유지하기에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와 더불어 주 52시간 적용을 앞두고 향후 대응 방향을 고심하는 등 정부 정책이 정작 고등교육 현장에서 어려움만 부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로 인상됐으며, 내년 1월1일부터 10.9% 오른 8350원의 시급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 유통업계는 무인시스템인 '키오스크'를 도입, 근로자의 빈자리를 채웠다.

    파이터치연구원이 지난 3월 내놓은 '최저 임금 인상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단순노무 노동자(아파트 경비원 등), 비반복적 유체 노동자(커피숍 종업원 등)는 각각 28만여명, 31만여명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든 다는 것이다.

    대학의 경우 근로학생, 조교가 교직원의 업무 보조 등을 담당하며 학교 측은 최저시급 등 기준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학 예산 절반 이상은 등록금을 통해 조성된다. 2008년 이후 등록금 동결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학생 정원 감축 등으로 등록금 수입은 줄었지만 인건비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22일 한국사학진흥재단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일반대(사립) 196개교의 인건비는 2016년 7조5496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7조6724억6000만원으로 1천억원 이상 늘었고, 인건비 등록금 의존율은 70.6%에서 72.0%로 상승했다.

    교비회계 운영수입 중 등록금 수입 비중은 2016년 54.9%(10조3948억9900만원), 지난해에는 54.1%(10조2936억8800만원)로 0.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수입이 줄었지만 인건비는 상승한 것이다.

    교직원 규모와 비교해 근로학생, 조교 채용 인원은 적지만 교육부의 강제 정원 감축,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오르는 임금에 맞춰 인력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A대학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은 직원이 부족해 조교, 근로학생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서류 접수 등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직원의 업무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국내 대학의 약 80%는 사립이다. 등록금 수입이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인건비가 오른다면 그만큼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업무 집중도를 위해선 정규직 채용이 활발해야하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비정규직 채용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정기간만 근무하는 계약직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업무를 맡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은 업무 집중도, 숙련도 등이 높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 비정규직 채용이 많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C대학 교수는 "정규직을 채용하고 싶어도 수입은 늘지 않아 결국 계약직을 선발하는데, 업무 적응이 이뤄진 뒤 계약 만료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두 정규직을 채용하고 싶어도 늘 예산에 발목 잡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내년 7월부터 대학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입학 관련 부서는 대입 시즌 전후 야근, 주말 근무 등이 몰려 있지만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이에 맞춰 업무를 마쳐야 한다. 탄력근무제가 적용되더라도 인력이 부족하다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대학원 연구조교의 경우 근로, 학습시간 등을 일일이 구분하면서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 반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강조한 경제 활성화 대책, 저녁 있는 삶 등이 오히려 대학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D대학 관계자는 "인력은 예산에 맞춰 채용하기 때문에, 인원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학교는 기업처럼 매출이 늘어 인원 조정 없이는 인건비를 올리지 못한다. 인원 조정이 있어야만 인건비를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 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대응 방향을 설정하려고 한다. 정부 정책에 맞추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