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해도 LNG 기반 삼아 글로벌 경제 한 축으로 재도약할 것”야말 프로젝트 9호선, 현장 인도… 내구성·360도 프로펠러 ‘강점’
  • ▲ 대우조선해양의 쇄빙 LNG선이 러시아 북해도를 운항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의 쇄빙 LNG선이 러시아 북해도를 운항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쇄빙 LNG선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러시아가 글로벌 경제의 한 축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심장’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만났던 이들과의 대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밀려 세계경제의 필두에서 빠졌던 러시아에게 대우조선의 쇄빙LNG선이 기폭제가 돼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는 얘기다.

    춥기 보다는 선선했던 지난달 30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대우조선이 러시아로부터 수주한 야말 프로젝트 15척 중 9호선의 인도 서명식이 진행됐다.

    야말 프로젝트는 시베리아 최북단 야말 반도에 매장된 1조2500㎥의 천연가스전을 개발해 연간 1650만톤의 LNG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러시아 최대 가스회사인 노바텍과 프랑스 토탈, 중국 CNPC 등 다수의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챙기는 프로젝트다.
  • ▲ 대우조선해양의 쇄빙 LNG선 ‘보리스 다비도프’호의 인도서명식이 지난달 30일 진행됐다. ⓒ뉴데일리
    ▲ 대우조선해양의 쇄빙 LNG선 ‘보리스 다비도프’호의 인도서명식이 지난달 30일 진행됐다. ⓒ뉴데일리
    인도 서명식에 앞서 출항을 앞두고 있는 9호선을 승선했다. 선박에 오르기 위해 안전헬멧과 작업복 매무새를 정리할 때부터 표현하기 어려운 기대감에 빠졌다.

    승선한 선박명은 ‘보리스 다비도프’로 러시아 탐험가의 이름을 차용했다. 주 활동무대인 북해도에서 두꺼운 얼음을 헤치며 활약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붙여졌다.

    보리스 다비도프는 너비 50m, 높이 26.5m 전장 299m의 초대형 쇄빙 LNG선이다. 계약 당시 선가는 3억2000만 달러이며, 우리나라의 이틀간 LNG 사용량에 맞먹는 17만3600㎥의 재화중량을 자랑한다.
  • ▲ 보리스 다비도프호의 외관 전경. ⓒ뉴데일리
    ▲ 보리스 다비도프호의 외관 전경. ⓒ뉴데일리
    이 선박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영하 56℃~영상 40℃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다. 쇄빙 LNG선은 북해도에서 채굴한 LNG를 각 국가로 운반하기 위해 건조된 선박이다. 이에 따라 최대 100℃에 달하는 온도차를 굳건하게 견뎌야한다. 주위환경에 따라 선박의 주원료인 철판에 수축·팽창이 나타난다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승선을 함께한 송하동 대우조선 선박생산운영 수석부장은 “최대 100℃의 온도차를 견뎌야하는 쇄빙 LNG선에는 특수 페인트를 여러번 도장하는 최첨단 기술이 사용됐다”며 “얼음을 맞닿는 선수 및 선미에는 페인트가 벗겨지지 않도록 고강도 도장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송 부장은 선주의 까다로운 주문을 맞추기 위해 도장 작업을 허투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박 내·외관의 페인트가 균일하게 칠해져 있는지 선주가 일일이 확인해, 오차가 발생하면 재도장작업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납기일이 지연되는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300m에 달하는 선박의 도장작업에 만전을 기한다는 얘기다.

    보리스 다비도프호는 3가지 색상으로 구성돼 있다. 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인 ‘흘수선’ 아랫부분은 빨간색, 윗부분은 파란색, 선상은 흰색이다. 이들 부분에는 각기 다른 친환경 도료가 사용됐고, 덧바르는 횟수도 차이가 있다. 

    송하동 부장은 “몇차례 운항을 하지 않았는데 선박 외관에 페인트가 벗겨지면 안된다”며 “온도뿐만 아니라 내구성을 강화한 것 역시 대우조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 ▲ 보라스 다비도프호의 선미 조타실. ⓒ뉴데일리
    ▲ 보라스 다비도프호의 선미 조타실. ⓒ뉴데일리
    9호선의 두 번째 특징은 360도 회전하는 3개의 프로펠러다. 대부분의 선박은 프로펠러가 고정돼 있지만, 야말 프로젝트에 쓰일 선박들은 프로펠러가 회전해 전·후진이 자유롭다.

    회전 프로펠러가 차용된 것은 얼음을 깨야하는 목적성에 기인한다. 보리스 다비도프호는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깰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두꺼운 얼음을 만날 경우 ‘사면초가’에 빠진다. 이때 자유롭게 후진을 한 후 비교적 얇은 얼음이 있는 지역으로 향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자유로운 전·후진을 위해 이 선박에는 선수와 선미에 조타실이 있다. 특히 선미 조타실은 시야에 장애물이 없어 LNG 작업창이 다수 포진돼 있는 선수에 비해 운항이 용이하다.

    송하동 부장은 “미국과 중국 등의 견제, 기술력의 한계로 러시아 북해도 LNG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며 “그러나 대우조선의 우수한 경쟁력으로 북해도 자원이 시장으로 나오게 됐다. 조만간 세계경제 구도가 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랜드마크인 ‘골리앗 크레인’과 전경. ⓒ뉴데일리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랜드마크인 ‘골리앗 크레인’과 전경. ⓒ뉴데일리
    승선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임박해 올랐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작업 중이던 대우조선 임직원들과 함께 내려왔다. 수주한파와 구조조정이라는 큰 파고를 넘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조선소의 랜드마크인 ‘골리앗 크레인’처럼 굳건했다.

    대우조선은 최근 기나긴 터널을 뚫고 조금씩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에 따르면 보리스 다비도프호의 총 건조시간은 110만 인시다. 인시란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일했을 때의 업무량으로 홀로 선박 건조에 나섰을 경우 하루 8시간 근무기준 13만7500일이 필요하다.

    송하동 부장은 “야말 프로젝트 1호선의 경우 작업시간이 180만 인시가 걸렸다”며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로 수주한 선박은 동일한 설계와 사양이 적용돼 반복건조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에 인도될 선박은 100만 인시로 작업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