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저출산 정책 '오락가락', 혼란 부추겨출산율 1.5명 → '삶의 질' 패러다임 전환
  • ▲ 올 3분기 출생아수는 겨우 8만명대에 머물며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졌다. 텅 빈 신생아실 ⓒ뉴시스
    ▲ 올 3분기 출생아수는 겨우 8만명대에 머물며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졌다. 텅 빈 신생아실 ⓒ뉴시스
    152조원. 정부가 지난 13년 간 저출산 정책에 쏟은 재원이다. 정부는 출산율 1.5명이라는 목표를 갖고 출산율 제고에 열을 올렸으나 결과는 참담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0.10명 낮다. 올해 전체 출산율은 1.0명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올해 출산율은 1.0명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는 국가경쟁력의 다른말이기도 하다. 노동가능인구 감소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6년 우리경제성장률이 0%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당장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경제활동인구 88만명이 산업현장을 떠난다. <편집자주>

    1일 통계청의 2018년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9월 출생아는 2만6100명으로 전년대비 4000명 쪼그라들었다. 출생아수는 9월 기준 월별 통계집계가 시작된 1981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출생아수는 전년 동원대비 34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3분기 출생아수는 겨우 8만명대에 머물며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출산이 예상되는 자녀수의 합이다. 즉 우리나라 여성은 가임기간 동안 아이를 채 1명도 낳지 않는 셈이다. 

    인구절벽은 생산과 소비 감소로 직결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를 방치할 경우, 10년 뒤부터 경제성장률이 0%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는 2000~2015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성장률이 3.9%에서 인구변화에 따라 향후 10년 간(2016~2025년) 1.9% 수준으로 낮아지고 10년 후(2026~2035년)부터는 0.4%까지 주저앉는다는 전망이 담겼다. 특히 2036년부터는 성장률이 0%이하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저출산 쇼크'다. 출산율 저하에 따라 노동생산성이 감소할 경우, 제로성장을 면할 길이 없다.  생산가능인구(15~62세)를 늘리기 위해 여성의 고용 및 노동 참가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해리 덴트는 "한국이 2018년부터 인구절벽으로 경제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 경제활동이 위축돼 경기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출산 쇼크는 '국민연금'에도 대형 악재다. 

    통계청은 2016년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되는 시점으로 2032년을 예상했다. 여기에는 합계출산율이 2025년 1.07명으로 감소한다는 전제가 반영됐다. 그러나 올해 합계출산율이 1%에 못미치면서 당장 국가재정계획 및 국민연금 재정추계 등을 새로 짜게 됐다.  

    즉 저출산으로 국민연금 기금 소진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민연금은 10년 만에 손실을 내면서 연기금 제도 개편을 앞두고 기금고갈 우려를 높였다. 

    ◇ 아이 1명당 2000만원?… 오락가락 못믿을 정책

    지금껏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손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매 정부마다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를 꾸렸으나 출산율 제고에 급급해 정책실패를 자초했다. 

    특히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실시된 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출산율 개선은커녕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등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들이 시행 중인 저출산대책은 190개에 이르지만 이들 상당수가 중복, 유사 대책으로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저출산 정책에 대해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제살깎아먹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일단 내뱉고 보는 정책도 한 몫 했다. 

    정치권은 새해예산안 논의 과정서 앞다퉈 저출산 포퓰리즘정책을 내놨다. 신생아 1인당 2000만원 출산장려금 일시 지급, 임산부 30만명에게 200만원을 사용할 수 있는 토털 케어카드 지급 등이 거론됐다. 물론 이러한 포퓰리즘 정책은 거론만 됐을 뿐 실제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미 젊은세대에서 출산은 '선택' 영역이 된지 오래됐다. 국가의 '일시급' 지급만으로 출산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장 아이를 낳아서 건강하게 길러낼 수 있는 환경조성이 미흡한 점이 문제다. 하루가 멀다하고 어린이집 및 유치원내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초중고에서는 학교폭력에 기형적 사교육비까지 사회적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나라의 미래인 아이를 책임지고 기르겠다는 '시그널'은 찾아보기 힘들다.  

    ◇ 출산율 1.5명 → '삶의 질' 패러다임 전환…효과는?

    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젊은세대의 출산기피를 막기 위해 출산장려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삶의 질'로 바꿨다. 출산 목표치를 삭제하고 아동 의료비를 전액 지원, 남성 육아휴직을 끌어올리는 방안 등이 담겼다.  

    세부적으로 올해부터 1세미만 아동의 의료비를 사실상 0원으로 만들었다. 또 2025년까지 취학전 모든 아동에게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결혼과 출산을 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희망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의 대책에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국공립어린이집 및 유치원 확대, 보육시설 이용시간 연장 등 핵심 내용이 미흡해 실제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저출산 완화 방향으로 비혼·동거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해소를 거론하고 있다. 또한 급격한 국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일본, 싱가포르와 같이 이민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5년 간 34만명의 노동자를 수용하기로 했다.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장은 국회서 진행된 저출산 관련 토론회서 "미혼모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가족형태와 관계없이 통합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차별 없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